유로존 채권단이 그리스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요청을 거절하면서 그리스는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투자자들의 시선도 그리스가 채권단 협상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짓는 5일 국민투표의 향방에 쏠려 있다.
증권가에서는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파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다수다. 다만 그 여파가 과거 그리스 문제가 불거졌을 때처럼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펀더멘털이 양호한 투자처에 대해서는 절호의 투자기회를 선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1일 "현재 여론조사 결과와 ECB(유럽중앙은행)이 바라는 대로 투표결과가 유로존 잔류와 채권단 개혁 프로그램 수용으로 기울 경우 글로벌 증시는 이번 주를 고비로 최근 하락폭을 만회하고 다시 평온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후 재총선과 그리스정부 재신임 과정 등 국제 금융시장에 소란이 될 만한 이슈가 쌓여 있다"며 "그리스 문제는 앞으로도 증시에 소음과 동시에 기술적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 국민들은 현재 좌파정부(시리자)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으나 유로존 탈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등 다소 이중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 채권단 협상안 수용결정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치프라스 정부가 물러나거나 영향력을 잃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구자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가 채권단 협상안을 수용하기로 하더라도 지난달 말을 시한으로 제시됐던 협상안이 이달에도 그대로 유효할지 보장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또 조기총선 실시 후 시리자 재집권으로 협상테이블에 또 나오게 될 경우 재협상이 쉽사리 타결될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국민투표 결과가 채권단 협상안 수용을 지지하더라도 채권단과 대면할 협상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단 지금까지는 그리스가 채권단 협상안 수용을 반대하기로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이들이 다수다. 협상안 수용반대는 곧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로 이어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데다 채권단이나 그리스 모두 그렉시트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점이 그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만일에라도 그렉시트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그리스 충격이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세우는 이들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가 파생상품에 의한 은행시스템의 위기였고 2011년 유로존 위기가 유로존이라는 단일경제 시스템의 위기였다"며 "이번 위기는 미국 및 유로존의 양적완화로 금융시스템의 재정립이 이뤄졌고 그리스 부채 대부분이 트로이카로 이전돼 공공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문제로 인한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배 연구원은 "그리스 사태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면 과거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및 2011년 유로존 위기와 마찬가지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의 상승이 나타나야 한다"며 "현재 금가격은 당시와 달리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스 영향은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렉시트에 대한 우려를 역발상으로 삼아 투자기회로 삼을 것을 권하는 의견도 있다. NH투자증권의 구 연구원은 "유로존 기업들의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이 반등하고 있고 수급 측면에서도 선진국 중 가장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며 "단기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지만 펀더멘털이 강한 투자처에 대해서는 절호의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외에 그리스 여파가 한국증시에 되레 긍정적 여퍄를 미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양해정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디폴트 이슈가 불거지면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서는 그리스를 현 신흥시장에서 독립시장으로 재분류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며 "그리스가 신흥시장에서 제외될 경우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는 한국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