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국내 주식 시장을 덮쳤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발생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글로벌 경기 침체 전조 현상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미국발 R의 공포…아시아 시장 출렁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09포인트(1.92%) 내린 2144.86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도를 나타냈는데, 특히 금융투자 보험 투신 연기금 등 기관이 22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2%대 가까이 급락한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2.42%선까지 떨어지며 3개월물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9% 가량 빠지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증시도 개장과 함께 급락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1% 내린 2만977.11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25일(5.01%) 이후 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97% 떨어진 3043.03에 거래를 마쳤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졌다는 것은 장기 투자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경기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은 금융위기 직전에 발생한 2007년 8월 이후 약 11년 7개월만이다. 특히 지난 20일 미 Fed(연방준비제도)의 파격적인 비둘기(통화완화주의)적 행보가 동전의 양날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종료는 당장 현실에는 기대감을 가져왔지만 미래 불안감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며 이날 서울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10원 오른 1134.2원으로 마감됐다.
◇장단기 금리 역전, 경기 침체 전조일까 =주식 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 전조로 봐야 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관련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금리 역전 현상을 경기 침체 시그널이 아닌 단순 수급 요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Fed(연방준비제도)가 비전통적 통화 정책을 사용했다는 점과 10월부터 장기물 중심으로 국채 매입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점이 장기 금리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금리 역전 현상은 미국 셧다운(부분업무정지) 이후 재무부가 단기채만 찍으면서 단기 금리가 상승한 일시적 수급 교란 요인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곽 연구원은 "여기에 최근 초과 지급준비금(지준금) 지급에 따라 과거와 달리 금융 기관 방화벽이 튼튼해졌다는 사실(금융 기관 부실에 따른 침체 가능성 낮춰)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을 의미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경기 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에 급등 했던 점들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만으로 경제 위기를 판단할 순 없지만 이는 경기 침체에 앞서 가장 먼저 보여지는 신호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올 들어 20% 넘게 급등한 S&P500 지수에서 장대음봉이 나타나는 등 최근 경기 침체를 예상할 수 있는 신호들이 나타나는 것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