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축소 기조로 신사업 전략 수정을 단행해 온 회계기업들이 AI(인공지능)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수익화에 돌입했다. AI 중심으로 개편된 조직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사업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1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4 회계기업은 나란히 AI 사업화 실행전략을 수립하고 상장기업을 상대로 업무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과거 내부 업무 효율화 중심의 보조역할에서 벗어나 기업 개선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적극성이 돋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삼일PwC다. 삼일PwC는 2018년부터 로우코드 데이터분석·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을 활용해 감사 업무의 단순 반복작업을 자동화해 연간 20만시간을 절감하고 품질도 끌어올렸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23년부터 AI 전문가를 영입하고 AI 스타트업에도 투자해 외부 고객용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 회계년도 기준(6월 결산) 디지털 솔루션 매출로 200억원을 달성했고 회계·재무 부문의 AI 전환(AX)을 전담하는 'AX노드' 조직을 신설해 상장사 회계자문, 내부회계관리(KSOX) 지원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5월 회계법인 중 유일하게 'AI 엑스포'에 참가해 기업들에 어필한 것도 눈길을 끈다. 회계 전문 챗봇 'AI 어카운턴트', 기업 고유문서 자동분석 '다큐먼트 AI', 공시 오류 탐지 '공시플랫폼 AI' 등을 공개하며 실무 활용도를 부각했다.
삼정KPMG는 AI 사업화에 전사적으로 뛰어든 대표적인 회계기업이다. 2023년 출범한 'AI센터'가 주축으로 돌아간다. 회계·세무·M&A 전문가와 AI 엔지니어 등 40여명의 파트너급 인력이 AI 전략 수립부터 구축·거버넌스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 카이젠(Kaigen)은 재무결산·자금계획·내부회계 관리 업무를 자동화해 기업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ERP 기준정보 관리, 내부통제 테스트, 보고 자동화, 계약서 심사까지 포함한 AI 에이전트를 통해 기업 운영 전반에 걸친 AI 전환(AX)을 견인 중이다. 올해 초 AI 전문가 정윤호 전무를 부대표로 승진시키며 이동근 AI센터장이 전담해 온 AX 분야에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금융·공공 부문으로도 확장해 지난 17일 열린 세미나에서는 400여명의 기업 담당자들과 AI 거버넌스, 데이터 체계, 리스크 관리 등 실무 전략을 공유했다. 전통적인 회계업무의 틀을 넘어 컨설팅·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다.
딜로이트안진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파트너십을 강점으로 삼는다.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해 지난 3월 출시한 에이전틱 AI 플랫폼 '조라(Zora) AI'가 대표적이다. 기업의 재무·조달·마케팅·영업 등 핵심 업무를 자동화하고 외부 전송 없이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보안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국내 기업과의 협업도 적극적이다. KT&G·유니드와 손잡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평가를 AI로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선보였고, 내년부터는 ERP 전자결재 데이터를 직접 검증하는 수준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딜로이트 글로벌 감사 플랫폼 '옴니아(Omnia)'에는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해 감사문서 검토·요약, 재무제표 주석 초안 작성까지 활용한다. 지난해 국제회계포럼에서 '올해의 AI 혁신 이니셔티브상'을 수상한 AI다.
최근 단행한 그룹 개편도 AI를 기반으로 재구성됐다. 회계·세무·컨설팅 부문의 AI 전문가를 통합한 'One AI'와 'AI Asset & Analytics'(AI 자산 분석) 그룹을 지난 7월 출범시키고 전사적 AI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EY한영은 가장 먼저 AI 컨설팅 전담조직을 꾸린 것이 최대 강점이다. 2020년 출범한 EY컨설팅 AI조직은 서울대 공학박사 출신 김수연 리더를 중심으로 14개 산업본부가 참여해왔다.
산업별 요구에 맞춘 전략 수립부터 모델 구축·운영까지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의 AI 활용을 도입→구축→운영→개선의 4단계로 나눠 진단·파일럿 기획부터 데이터 정제·모델 개발, 현장 적용과 사용자 교육, 성과 관리, 고도화까지 로드맵을 제시한다.
전사적 AI 트랜스포메이션(AX)을 지원해 실질적 성과로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자체 개발 생성형 AI 'EYQ' 기반의 AI 에이전트를 본격 도입해 성과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업계는 AI를 수익화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새로운 시장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며 "AI 기반 업무 자동화·지능화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