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수요 위축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국내 증시가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8.29%와 9.08% 급락했다. 두 시장에서 모두 서킷 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울렸다.
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76.18포인트(8.29%) 내린 7484.41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9시3분 1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중단됐다. 서킷 브레이커 해제 후인 오전 9시34분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세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나온 것은 11번째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91.05포인트(9.08%) 내린 911.39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장 초반인 오전 9시6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오후 2시36분에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는 올해 네 번째, 코스닥 서킷 브레이커는 올해 두 번째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모두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울린 것은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 후인 지난 3월4일 이후 두 번째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 실적 발표와 5월 고용지표 발표가 AI 수요 위축과 금리 인상 우려를 자극했다"며 "브로드컴의 3분기 AI 반도체 매출 가이던스가 기대치를 하회했고, 미국 5월 비농업고용자수가 예상치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한국거래소 기준)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는 각각 3748억원과 1조6245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는 1조762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21일 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코스피 업종 중 강보합 마감한 통신을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했다. 증권은 10.39% 급락했고, 기계·장비는 9.68% 하락했다. 전기·전자, 제조, 금융, 의료정밀·기기, 건설 등은 8%대 내림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와 협력 소식으로 9.2% 상승한 네이버(NAVER)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시총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18%와 7.68% 떨어졌다. 두 종목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SK스퀘어도 각각 11.29%와 11.13% 하락했다. 국내외 증시에서 반도체 투심이 악화된 탓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1244억원과 1467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2797억원을 순매수했다.
5.89% 상승 마감한 출판·매체를 제외한 코스닥 전 업종이 하락했다. 일반서비스는 11.86%, 기계·장비는 10.71% 급락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20개는 일제히 하락했다. 시총 1~3위인 에코프로비엠(-11.33%), 알테오젠(-12.93%), 에코프로(-11.22%)는 10% 이상 급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1원 내린 1535원(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이번 주 미국 5월 CPI(소비자물가지수), PPI(생산자물가지수), 오라클 실적 발표, 스페이스X 상장 등 이벤트가 산적한 만큼 당분간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같은 조정이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을 꺾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은 금융시장에 확인해야 할 이벤트와 이슈가 집중돼 있어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이달 하순 이후 실적 모멘텀이 재차 강화되면서 3분기에는 긍정적인 시장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우려도 있지만, 이는 한국 고유의 펀더멘털이 훼손된 것이라기보다는 외국인 주식 매도와 외환시장 24시간 거래 시행을 앞둔 포지션 조정 등 단기 수급 요인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