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찬밥 ICT…길 잃은 4차산업혁명

김은령 기자
2017.05.31 03:00

“ICT(정보통신기술)은 새 정부에선 찬밥 신세입니다. 새 정부와 공유할 ICT 전략은 불투명하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ICT 조직은 커녕 현안을 아는 전문가를 찾기도 어렵네요”

한 ICT 업계 관계자가 내뱉은 자조적인 말이다. 업계에선 비슷한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ICT 분야가 소외되고 있다는 건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흘러나온 우려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중요성만 강조했지 실천과제는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같은 포퓰리즘적 공약이 강조되면서 신사업에 대한 투자나 진흥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취임 초 청와대 조직개편에서도 미래전략수석실이 사라진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ICT 산업 정책이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새로 신설될 과학기술보좌관이 4차산업혁명과 과학기술 정책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전략수석에 비해 영역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미니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ICT 정책이 포함된 경제2분과 전문위원 면면을 봐도 ICT 전문가는 찾기 어렵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었지만 ICT나 방송통신 쪽 전문가라고 보긴 어렵다. 학자출신인 조원희(국민대교수), 강현수(충남연구원장), 호원경(서울대교수) 자문위원 역시 ICT쪽과는 거리가 있다. 뒤늦게 경제2분과로 합류한 최민희 민주당 전 의원이 그나마 방송 전문가다.

물론 국정기획위가 이제 막 각 부처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국정과제 선정에 돌입한 만큼 아직 기다려봐야 할 시기이긴 하다. 그래도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ICT 현황을 파악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 대응을 고민해 온 ICT 전문가 하나 찾기 힘든 조직에서 효율적인 성장 전략이 나올 것이란 기대는 욕심이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응은 새 정부의 화두인 일자리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산업이 열리면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난다. 새로운 산업지형에서 선두 자리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경쟁은 지금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새 정부가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등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공약이 공허한 약속이 되지 않도록 좀 더 속도를 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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