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배달의민족'의 편의점 상비약 배달이 약사회 반대로 난항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을 배달할 수 있도록 지난해 말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실증특례란 허가 기준·요건이 없거나 허가가 불가능한 경우 최대 2년간 시장 테스트를 허용하는 제도로 1회 연장할 수 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실증특례 신청서가 접수되기 전으로, 배민은 NIPA와 법률 상담 및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과기정통부는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검토해 신기술서비스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한다. 부처 간 이견이 팽팽할 경우 심의위 전 사전검토위원회에서 이견을 조율할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 지정까지 빠르면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도 걸릴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스토어'에 입점한 편의점 배달품목을 안전상비의약품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혼자 아이를 돌보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의 경우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안전상비의약품이란 파스·해열제·소화제·종합감기약 등 처방전 없이도 살수 수 있는 의약품으로, 약국뿐 아니라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
업계에선 성장 정체에 빠진 배민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으로 본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해 4분기 총거래액(GMV)이 전년 동기 대비 낮은 한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 약 배달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편의점 상비약은 2018년 344억 어치가 판매됐는데,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관련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약사회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배민의 상비약 배달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서울시약사회는 배민의 규제 샌드박스 신청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시스템을 뒤흔드는 어떠한 특례사업도 용납할 수 없다. 배민은 상비약 배달 특례사업 신청을 즉각 철회할 것을 경고한다"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보건복지부 차관이 한 인터뷰에서 약 배달 제도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대한약사회가 대립각을 세우는 등 약 배달 자체가 사회 뇌관으로 떠오른 점도 배민엔 부담이다. 배민은 전문의약품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비약 배달로 오남용 가능성이 적다는 입장이지만, 약사회는 '약 배달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당장의 매출 확대가 아니라, 휴일이나 심야시간대 등 약국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며 "전문의약품 배달로 확장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약사회 관계자는 "상비약을 떠나 현행법상 불법인 의약품 배달을 허가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