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효율이 높지만 짧은 수명 탓에 상용화가 어려웠던 '무음극 리튬 금속 전지'를 대량 생산할 길이 열렸다. 복잡한 설계 변경 없이 전극 표면에 얇은 층만 추가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KAIST(카이스트)는 이진우·임성갑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무음극 금속 전지의 최대 약점인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줄'(Joule)에 지난해 12월 10일 게재됐다.
무음극 리튬 금속 전지는 전기차, 드론 등에 쓰일 차세대 배터리 후보다. 음극에 흑연이나 리튬 금속 대신 구리 집전체만 사용한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리튬전지에 비해 제조 비용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도 단순하다. 에너지 밀도는 30~50% 더 높아 효율적이다.
하지만 초기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 구리 표면에 직접 쌓이다 보니 전해질이 빠르게 소모되는 문제가 있었다. 전해질은 물이나 용매에 녹아 이온을 형성해 전류를 통하게 하는 물질이다. 전해질이 빠르게 소모된다는 건 전지 수명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문제가 발생하는 전극의 표면을 다르게 설계했다. 구리 집전체 위에 두께 15nm(나노미터)의 균일한 초박막 고분자층을 형성했더니 이 층이 전해질과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전해질 용매와 잘 섞이지 않는 고분자층의 성질 때문에 단단하고 안정적인 무기물 보호막이 형성돼 전해질 소모가 억제됐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은 전해질 조성 변경 없이 전극 표면에 얇은 층만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존 공정과 호환성이 높고 비용 부담도 적다"며 "대면적에서 연속 생산도 가능해 연구실 수준을 넘어 대량 생산에도 적합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이 교수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차세대 고에너지 배터리 시장에서 무음극 리튬 금속 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카이스트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 설립한 '프론티어 리서치 랩'에서 수행됐다. 한국연구재단, 산림청, 카이스트 자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으며 이주현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생, 김진욱 박사후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