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분쟁은 상대방의 집 주소까지 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극히 일부지만) 상대방이 '네 딸 저기서 놀고 있던데'라고 협박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장석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디지털 분쟁조정 지원팀장은 "직거래·택배 거래는 특성상 집 주소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분쟁에 휘말릴 수 있고, 이로 인해 일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KISA는 개인 간 중고 거래에 관한 기본 정책을 내년까지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당근·중고나라·번개장터 등 주요 플랫폼 3사가 스타트업이자 적자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규제하지 않았지만 시장이 커지고 관련 분쟁이 급증함에 따라 통계 실태 조사, 5개년 계획 수립 등 본격적인 관리 체계를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KISA는 2022년 플랫폼 3사와 개인 간 거래 분쟁 예방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플랫폼 3사가 각기 대규모 인력을 채용한 자체 분쟁조정 센터를 출범시킨 게 대표적 성과다. 장 팀장은 "예를 들어 당근의 경우 채팅장에서 '환불해달라', '2만원이 맞다', '3만원이 맞다' 등 특정 문구가 감지되면 담당자가 개입해 조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자율분쟁조정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KISA의 개인 간 거래 분쟁 해결률은 73%에서 63%로 떨어졌다. 쉬운 분쟁은 플랫폼에서 자체 해결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악성 분쟁만 KISA로 넘어오면서다. 장 팀장은 "플랫폼에서 일차적으로 해결한 사건을 포함하면 전체 해결건수는 줄지 않았을 것"이라며 "악성 분쟁 해결률도 점차 높이겠다"고 했다.
KISA로 넘어온 사건은 교수, 변호사, 업계 전문가 등 전문가 49명으로 구성된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서 처리한다. 위원회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닌다. 양자가 동의하는 순간 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겨 강제집행도 가능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한계도 있다.
장 팀장은 "중고 거래 분쟁은 건당 10만원 이하의 소액 사건이 연 2만~3만건에 달한다. 전문가 인건비를 감안하면 수지가 안 맞는 조정이지만 선례 축적을 위해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분쟁 상담·조정 사례는 약 10만건이다.
KISA는 플랫폼의 자율 분쟁해결안과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이 다르게 나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분쟁해결안은 플랫폼 내 일반 직원이 담당하고, 조정안은 전문가가 논의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이드라인은 구매자 보호를 강조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양측의 동등한 지위를 강조하는 과기정통부 간 시각차도 좁혔다. 그 결과 중대한 하자 여부 판단 등 '일반적 해결 기준'은 과기정통부 중심으로, '품목별 세부 해결 기준'은 공정위 중심으로 융합된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 기준'이 탄생했다. 해당 지침에는 '배송 중 파손은 판매자 책임이 원칙', '거래 당시 확인이 불가한 결함이 과도한 경우, 구매자가 거래 해제 가능'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장 팀장은 "중고 거래 시장에 대한 명확한 규제 기관이 정해지지 않다 보니 어디로 튈지 모른다"며 "KISA가 선도적으로 분쟁 조정에 나서서 거래 시장을 건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