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만원 인상? 못 사겠다" 노트북 사러 갔다 '깜짝'...빈손으로

구자윤 기자
2026.07.12 05:30
올해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그래픽=이지혜

"너무 비싸 못 사겠다. 이 가격이면 예전엔 훨씬 좋은 사양의 노트북도 샀는데…"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PC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노트북 가격이 잇따라 인상된 가운데 글로벌 PC 시장은 9개 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82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9개 분기 연속 이어졌던 성장세가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IDC는 D램 공급난 장기화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가격 상승,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PC 시장 회복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제조사들은 확보 가능한 물량을 미리 사들이는 전략을 펼쳤지만 공급 부족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출하량은 감소했지만 시장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아진 영향이다.

2분기 업체별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세계 1위 레노버는 1660만대를 출하해 시장점유율 24.4%를 기록했지만 출하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HP와 델도 각각 9.0%, 5.0% 줄었다.

반면 애플은 신형 '맥북 네오' 출시 효과에 힘입어 출하량이 10.1% 증가한 670만대를 기록하며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8.5%에서 9.9%로 확대됐다. 에이수스는 500만대를 출하하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에서도 메모리 가격 상승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갤럭시 북6 시리즈 출고가를 모델별로 최대 90만원 인상했다. LG전자의 2026년형 그램 16형도 판매가격이 출시가(314만원)보다 약 13% 오른 354만원까지 상승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와 SSD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고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도 커졌다"며 "판매 둔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PC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AI PC 확산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공급난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프리미엄 노트북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테시 우브라니 IDC 컨슈머 디바이스 리서치 디렉터는 "PC 출하량은 줄고 있지만 제조사들이 가격을 더 빠르게 올리면서 시장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하반기 성장세는 크게 둔화되고 2027년에도 추가 가격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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