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넣고 판막 펼치면 끝" 늙고 병든 '심장 문지기' 개흉 없이 고친다

정심교 기자
2024.01.30 10:35

[정심교의 내몸읽기]

심장에서 피를 내뿜을 때마다 문을 열어줬다 닫는 '문지기'가 있다. 바로 대동맥 판막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이 판막도 늙는데, 병까지 들 수 있다. 그렇게 찾아오는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환자들이 치료를 꺼리는 질환으로 꼽힌다. 환자 대다수가 고령이어서다. 하지만 고연령층에서 발병률이 높고 평균 수명이 늘면서 방치할 수 없는 질환이 됐다. 노화라고 생각해 치료를 미룰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박만원 교수의 도움말로 대동맥 판막 협착증에 대해 알아본다.

심장을 옆에서 관찰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사진.
열리고 닫히는 대동맥 판막이 늙고 딱딱해져

심장에는 혈액이 제 방향으로 안전하게 흐르도록 문(門) 역할을 하는 판막이 4개 있다. 이 가운데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해, 대동맥으로 혈액이 나가는 '대문'에 해당하는 곳이 대동맥 판막이다. 대동맥 판막은 온몸으로 혈액을 내뿜기 위해 쉼 없이 열리고 닫히기 때문에 퇴행성 심장질환이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부위다.

대동맥 판막이 늙으면서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질환이 대동맥 판막 협착증으로 호흡곤란, 흉통, 실신, 혈압 저하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발생한 직후부터는 사망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증상이 있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 환자의 경우 평균 수명이 2~3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의 과거 표준 치료법은 약물과 수술이었다. 약물은 증상을 줄이는 데는 도움 되지만 병 자체의 진행은 막을 수 없다. 외과적 수술은 나이가 젊고 건강한 환자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환자의 경우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높다. 최근에는 경피적 대동맥 판막 삽입술(타비시술 또는 TAVI)을 통해 가슴을 여는 수술을 하지 않고도 병든 대동맥 판막을 대신할 인공판막을 삽입할 수 있게 되면서 판막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박만원 교수가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 있는 고령환자에게 TAVI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대전성모병원
경피적 대동맥 판막 삽입술, 고령이어도 회복 빨라

경피적 대동맥 판막 삽입술은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 환자가 75세 이상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 불량으로 인해 외과적인 수술을 하기에는 위험한 경우에 좋은 적응증이 된다. 시술 방법은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 동맥을 통해 풍선이나 시술도관 내부에 장착된 인공 심장판막을 심장까지 넣은 후 인공심장 판막을 펼치는 치료법으로 심혈관 중재 시술 중 가장 어렵다.

경피적 대동맥 판막 삽입술은 시술 시간이 2시간 내외이며 회복이 빠르다. 입원 기간은 4~5일로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고 통증도 적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수술 부담을 낮추고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 시술은 △심장내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전문 의료진이 협진 체계가 구축돼야 하고, 치료 경험·인력·시설·장비 등에 대한 요건을 충족한 후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아야 시행할 수 있다.

박만원 교수는 "현재 경피적 대동맥 판막 삽입술은 80세 이상 수술 고위험 환자에겐 보험이 적용돼 경제적인 부담 없이 시술받을 수 있고, 향후 중등도 및 저위험군 환자에게도 적응증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수술적 치료와 함께 대동맥판막협착 환자의 치료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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