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바이오 산업 견제가 거세지고 있다. 특정 기업을 겨냥한 제도적 움직임으로 번지면서 중국 기업의 현지 사업 위축이 점쳐진다. 이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사의 반사 이익 기대감이 고개를 든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중국 대표 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가 포함된 우시앱텍과 유전자 데이터 기업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와 그 자회사인 MGI 등의 현지 사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생물보안법'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미국과 적대 관계인 중국 기업에 세금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고, 자국민의 유전자데이터가 이전되는데 사용되는 장비 구매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법안 통과시 미국 연방의 자금을 지원받는 의료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기업이 제조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북미 사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BGI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 국민의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 중이고, 중국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자 데이터를 보유한 국립유전자 뱅크를 운영 중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북미 프로젝트 비중이 54%에 달하는 중국 최대 CDMO다.
양사가 '회사의 사업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와도 연과돼 있지 않다'고 강하게 반발 중이지만 양국 관계를 고려하면 법안 통과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안보를 명분으로 대중국 수출 및 투자를 억제해 왔다. 이번 법안 역시 해당 기조에 연결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사 중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CDMO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의약품 위탁생산을 의뢰하는 기업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큰 중국 CDMO에 맡기려던 물량을 한국 기업으로 이동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혜가 기대되는 대표적 국내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에서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점유율 3위 경쟁 관계에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2022년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CDMO 시장 점유율은 각각 10.2%와 9.3%로 나란히 3·4위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5공장을 건설 중이다. 완공 후 총 생산능력은 78만4000리터로 확대돼 압도적 선두 입지를 굳히게 된다. 현재 양사 핵심 사업모델이 직접적인 경쟁관계는 아니지만 중장기적인 사업 확장성을 고려하면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사업 타격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쟁력 강화에 추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시는 초기단계 CDMO에서 상업화 CMO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는 업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업화 CMO에서 초기단계 CDMO로도 영역을 넓히려는 업체"라며 "현재 양사 메인 비즈니스가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향후 초기단계 CDMO 또는 상업화 CDMO에서의 경쟁 가능성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가 개선되는 구간이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SK팜테코 역시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BMS의 미국 시큐러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하고 CDMO 사업을 통해 바이오사업이 본격 진출했다. 지난달에는 현지 위탁임상(CRO) 전문기업 NJ바이오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기반을 강화 중이다.
SK그룹의 CDMO 자회사인 SK팜테코는 지난 2021년 프랑스 이포스케시에 이어 지난해 9월 미국 CDMO인 CBM을 추가로 인수했다. CBM의 미국 펜실베니아주 공장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단일 생산시설 기준 세계 최대 규모(6만5000㎡)로 조성 중인 만큼 현지 사업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
이밖에 RNA 치료제 핵심 원료인 올리고핵산 전문 CDMO인 에스티팜도 경쟁자의 진입 지연이 예상된다. 올리고핵산 CDMO 사업의 초기 단계를 진행 중인 우시 자회사 우시STA가 법안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초안에 불과해 당장의 수혜 정도를 따지기는 시기상조지만 CDMO 분야에서 중국의 강점은 공격적 투자를 통한 생산력 증대였다"며 "CDMO가 기술력만큼 생산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 영역이고, 북미 지역은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요 고객사인 만큼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사들의 수혜 기대감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