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500억 손실…월급 안 나온다 소문까지" 병원 노동자들 울분

박정렬 기자
2024.04.01 15:53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열린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 합동 기자회견에서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2024.04.01. ks@newsis.com /사진=김근수

보건의료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이 한목소리로 전공의 즉각 복귀와 의대 교수의 사직 철회를 외쳤다. 양대 노총 소속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의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1일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진료 거부 사태가 더 이상 길어지면 안 된다"며 "환자·국민·노동자의 피해와 고통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 중앙대병원 등 16개 지부와 한국노총 산하 서울의료원, 건국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총 19개 병원 노조가 참여했다.

양대 노총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각 수련병원은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규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외래 환자는 10~20% 정도 줄었고 수술·입원 환자를 비롯해 응급실 가동률도 과거의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노재옥 집행위원장은 "병원마다 한 달에 300억~500억원 이상 손실이 나는 상황"이라며 "양대 노총 소속 단위병원 노동자들이 이렇게 모인 것은 처음이다. 전공의 집단 진료 거부가 의료 현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마저 진료 축소, 사직서 제출에 가담하면서 병원 내 혼란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의사 부족으로 다수 병동이 통합·폐쇄되고 진료 규모가 축소되면서 직원들이 무급휴가에 내몰리는 사례가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빅5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은 "병원 노동자들은 급여가 얼마나 삭감되는지도 모른 채 압력을 피해 무급휴가를 선택하고 있다"며 "대책 없이 노동자들에게 피해 감수를 강요하는 정책들에 자괴감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이경민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지부장도 "비상 경영체제라는 명목으로 다음 달 임금 체불 이야기가 흉흉히 나도는 등 고용불안에 내몰리는 실정"이라며 "3월 입사 예정자는 무기한 연기를 통보받았고 재계약을 앞둔 비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정든 병원을 떠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한 암 환자와 보호자가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현장 노동조합 대표자의 합동 기자회견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환자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암을 진단받거나, 뼈가 부러졌어도 제때 수술받지 못하고 입원 후 상처 소독이나 바늘 교환 주기가 늦어지는 등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양대 노총은 전했다. 김선화 서울성모병원지부장은 "입원해서 항암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마저 어쩔 수 없이 외래에서, 침상에 눕는 대신 의자에 앉아 주사 치료받는다"며 "외래 항암 환자가 2배로 늘면서 항암 스케줄이 몇 주씩 늦춰지고 있다"고 의료 현장의 실태를 전했다

간호사, 의료기사 등 병원에서 일하는 직업군은 총 50여개로 그 숫자는 26만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전공의, 의대 교수, 대한의사협회 등과 구성하기로 한 협의체에 가장 큰 피해를 본 환자와 병원 노동자는 빠져있다는 게 양대 노총의 주장이다. 19개 수련병원 노조는 "각 의료기관은 병원 노동자에게 '고통 분담'을 가장한 '고통전가'를 하지 말고 노사 합의를 거쳐 비상사태 극복에 나서야 한다"며 "병원 정상화 대책을 비롯해 중장기 의료 계획 수립에 환자와 병원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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