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딱딱한' 복강경을 대신해 관절을 추가해 유연성을 확보한 '다관절 복강경 기구'가 수술 시간 단축과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오흥권, 신혜림 교수 연구팀은 대장암 등 복강경으로 대장 수술을 받은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기존에 고정형 기구를 사용한 환자 그룹(20명), 다관절 복강경 기구를 사용한 환자 그룹(50명)으로 분류해 수술 성과를 평가했다. 수술 비디오 분석과 아울러 깊이 인식, 양손 기술, 효율성, 조직처리 등 4가지 핵심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글로벌 복강경 수술 기술 평가도구(mGOALS)를 적용했다. 이 외에 수술 시간, 출혈량, 입원 기간 및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도 추가로 파악했다.
대장 복강경 수술은 몸속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데 기존의 고정형 수술 기구는 단일 방향으로만 움직여 수술자의 시야 확보와 정교한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다관절 복강경 기구는 사람의 손목 움직임을 모방한 다관절 설계로 다양한 방향의 조작이 가능해 체내의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공한다고 알려졌다.
분석 결과, 실제 다관절 복강경 기구는 수술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큰 효과를 보였다. 수술 시간은 약 34분 단축됐고 수술 중 출혈량은 절반 정도로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다관절 복강경 기구를 사용할 경우 조직을 다루고 깊이를 인식하는 측면에서 고정형 기구 대비 유의미한 향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다관절 복강경 기구가 수술자의 조작성을 높이고 수술 중 정확한 시야와 정밀한 조작을 가능하게 해 수술 성과를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구 조작의 숙련도를 학습 곡선을 통해 확인하는 경험 축적 단계(Experienced Phase)에서의 성과도 비교 분석했는데, 고정형 기구와 달리 다관절 복강경 기구는 10회 정도의 사용만으로도 충분한 숙련도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복강경 대장 수술에서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의 효용성과 안정성을 최초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오흥권 교수는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는 로봇 수술에 비해 경제적이면서도 유사한 수준의 다방향 조작 기능을 제공해 향후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다른 복잡한 수술에서도 다관절 복강경 기구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해 더 많은 임상적 근거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보건산업진흥원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했으며 지난달 '유럽대장항문외과학회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