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특히 바이오는 대표적인 미래성장산업으로 정부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성장 잠재력이 큰 혁신신약을 연구하려면 막대한 재원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실제 제약·바이오 산업 현장에선 새 정부 출범으로 우리 정치·사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효율적인 지원 정책이 적극적으로 집행되길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그간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정부의 지원 공백으로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술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단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금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비만치료제와 차세대 항암제 등 혁신신약 지배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 경쟁이 치열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세계 5대 경제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집중적으로 키울 미래 전략 산업 중 하나로 바이오를 꼽았다. 바이오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가 투자와 책임성을 강화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성장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략적 연구개발 투자 시스템 구축, 바이오 특화 펀드 조성,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신기술과 융합, 전문인력 양성 등에 힘쓸 방침이다.
또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성장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인력 양성과 신뢰성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전문인력과 의과학자, 연구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의과학 융복합 지원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전국 각지의 의과대학(원)과 이공계 대학원 간 공동연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새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 지원뿐 아니라 제약기업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 해소 및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 등도 추진한다. 제약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비율 연동형 약가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제약기업의 사회적 기여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국가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위탁 생산·유통 시스템도 구축한다.
공중 보건 위기에 대한 대응 역량 강화도 새 정부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우리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다. 새 정부는 넥스트(다음) 팬데믹에 대비한 위기 대응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제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메신저 리보핵산(mRNA), 합성항원기술 등 차세대 백신 플랫폼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감염병 대응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새 정부에 바이오 맞춤형 육성 제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새 정부가 정권 차원에서 바이오 산업 육성을 핵심 어젠다(의제)로 삼고 전폭적인 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단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신약 개발 혁신 기업이 더 나오기 위해선 정부가 바이오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단 목소리가 컸다. 바이오를 정부 연구자금을 까먹는 기업으로 치부하고, 바이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혁신 기업의 탄생을 유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오에 투자하는 국부펀드 등의 회수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려야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 외에 국가바이오위원회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단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 유관기관 회장 A씨는 "지금 국가바이오위원회 구성을 보면 신약을 연구하는 바이오 벤처의 의견이 주요 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며 "바이오 벤처 당사자나 최소한 신약 개발 분야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국가바이오위원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국가바이오위원회 내부에서 '바이오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비에 기대 기생충처럼 돈만 까먹고 있는데, 이런 쭉정이 같은 기업을 가려내야 한다'는 기류가 읽히는데, 이런 인식이라면 제대로 된 바이오 기업 지원 정책이 나올 수 없다"며 "새 정부는 바이오 산업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에 제조업과 같은 기준으로 매출을 내라고 강요하는 지금 상장 유지 제도는 문제가 있다"며 "바이오에 적합한 상장 유지 조건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편으로 바이오의 투자 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이오를 우리 산업 미래 먹거리로 확실하게 설정하고 여러 정부 부처에 흩어진 지원 정책을 촘촘하게 융합해야 한단 주장도 눈길을 끌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B씨는 "지금 바이오 관련 지원 및 관리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를 보면 과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자부(산업통상자원부), 중기부(중소벤처기업부)가 있고, 금융위와 금감원도 관련이 있고, 여러 위원회도 있다"며 "정부 정책 담당자 중에 신약 개발이나 바이오와 인공지능의 융합과 관련한 전문가가 몇 명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의 환경에선 각 부처 공무원이 혁신 기술을 발굴하고 리스크(위험)를 무릅쓰고 전폭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없다"며 "새 정부가 큰 틀에서 바이오 육성을 정권의 핵심 어젠다로 삼고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의 산업적 가치를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벤처캐피탈(VC)은 모험 자본의 성격을 회복하고 바이오에 투자하는 펀드의 회수 기간을 10년, 12년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바이오 업계에 한계 기업이 많다고 어서 퇴출하자는 분위기 대신 더 오래 기다려주면서 혁신 기술이 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