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로슈의 605억 스위스프랑(약 107조9100억원) 매출 대부분이 파트너십에서 나온 것입니다. 회장님께서 99%의 혁신이 외부에서 오기 때문에 외부와 연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 바이오텍(바이오사) 회사들과도 많은 협업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의 함얀 보겔드 아시아 파트너링 그룹 헤드가 16일 한국로슈·스위스 대사관·바젤시 주최로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지난 화요일 한국의 9개 바이오텍을 초대해 혁신 아이디어 제품을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한국 바이오텍 회사들이 점점 저희 니즈와 잘 맞아떨어지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겔드 헤드는 "로슈 연구자 중 노벨상 수상자가 3명이나 된다. 전 세계적으로 로슈는 140억 스위스프랑(약 24조9700억원)을 연간 R&D(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혁신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텍 기업에 보다 많은 지식과 전문성을 전달하고 역량을 강화해 이를 통해 신약에 진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와 연계를 통한 혁신을 위해 바이오텍의 기술을 인수하고 회사를 사들인다는 설명이다. 보겔드 헤드는 "지난해 72개의 계약을 체결했다"며 "아시아에서 하나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250개 회사와 접촉하고 협의해야 한다. 필요시 실사를 하고 계약까지 체결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바이오 회사들의 기술력이 향상됐다고도 평가했다. 보겔드 헤드는 "2022년 처음 한국에 왔는데 몇 년이 지나면서 한국에서 '계열 내 최고'를 노려도 될만한 기회를 갖고 있는 바이오 회사를 만나게 됐다"며 "한국 바이오텍들이 ADC(항체약물접합체)에 진출할 뿐 아니라 개선까지 꾀하며 이중항체로 특정 암종을 타깃해서 약물이 종양에 잘 전달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하는 초기 단계의 한국 바이오텍도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협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오셔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보겔드 헤드는 "로슈가 어떤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지, 관심사가 뭔지 잘 모르는 회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로슈가 관심 갖는 분야는 종양학, 혈액암, 유방암, 폐암, 혈우병, 혈뇌장벽(BBB) 투과 알츠하이머 치료, 체중은 줄이면서 근육은 보전하는 비만약 기술, 심혈관계와 고혈압 치료제, ADC, 안과질환 장기 치료제 등이라고 했다.
보겔드 헤드는 또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 어떻게 발표할지 이해해야 하고, 경쟁사 대비 우리 입지가 어떤지, 얼마나 우수한지 잘 이해하고 발표해야 한다"며 "필요한 특허는 잘 갖춰야 하고 제조·생산 관련 준비도 잘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큰 임팩트를 주시려면 데이터 중심으로 명확하게 말씀주셔야 한다"며 "약물 작용 기전이 어떤지, 단계별로 어떤 답을 줄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저희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10억달러(약 1조4200억원) 이상의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이 체결되기 때문에 후보물질을 위해 준비해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자트 아젬 한국로슈 대표는 이날 "한국은 매우 훌륭한 R&D 역량을 가진 국가다. 바이오제약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훌륭한 인재풀을 갖고 있고 혁신도 신속하다"며 "국내외 파트너와 함께 한국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을 강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한국이 여러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계, 산학연 협업이 잘 이뤄질 수 있어야 탄탄한 파트너십이 이뤄져 한국 벤처회사들과 글로벌 생태계의 통합이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행사에는 나딘 올리비에르 로자노 주한 스위스 대사관 대사, 콘라딘 크라머 스위스 바젤시장 등이 참석해 한국과 스위스 간 제약바이오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로자노 대사는 "스위스는 세계지식재산기구의 글로벌 혁신 지수에서 15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선정되었으며, 생명과학 분야는 획기적인 연구와 기술이 탄생하는 스위스 경제의 핵심 축"이라며 "이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더욱 확대돼 양국 관계가 강화되고, 글로벌 헬스케어 혁신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위스 바젤시는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와 노바티스 등 800개 이상의 생명과학기업이 위치한 세계적인 생명과학 허브다. 지난해 스위스 수출의 52%가 화학·제약 관련 분야였으며 수출액은 약 260조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