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짜리가 무슨" 최지우도 오열한 '이 병'…암환자보다 자살위험 1.8배

정심교 기자
2026.02.22 16:05
영화 '슈가'에서 김미라(최지우 분)가 아들 동명의 1형 당뇨병 진단 소식을 듣고 오열하고 있다. 배우 최지우는 이 영화 출연을 계기로 당뇨병의 예방·관리·인식 개선을 돕겠다며 지난 4일 대한당뇨병학회 홍보대사를 맡았다. /사진=스튜디오타겟 유튜브 갈무리

#.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던 초등학생 '동명'(고동하 분) 군. 야구 연습에 매진하던 어느 날, 동명은 식은땀을 흘리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 온다. 생소한 '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자 그의 엄마 '김미라'(최지우 분)는 "열두살짜리가 무슨 당뇨에 걸려?"라며 통곡한다. 하루 7번 이상 손가락에 바늘을 찔러 혈당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려 도망친 동명은 시야가 흐려지다가 의식을 또 잃는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화 '슈가'의 한 장면이다. 한 달간 관람객 수는 1만7000명(이달 22일 기준)으로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이 영화가 남긴 여운은 적잖다.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어서다.

실제 이 영화는 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아들을 돌보며 제도 개선에 나선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서울 용산 CGV에서 개최한 상영회 및 소통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영화 상영 내내 눈물을 훔쳤다.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온 유치원생부터 최근 교환학생을 마치고 귀국했다는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1형 당뇨병 환우와 가족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혈당 조절 능력을 잃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완치법도 없다. 비만·식습관·노화가 주요 원인인 2형 당뇨병과 발병 기전이 다르다. 운동과 식이조절, 약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매일 수시로 혈당을 측정하고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조금만 소홀해도 저혈당과 고혈당을 하루에 여러 번 반복할 수 있어,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환자 수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1형 당뇨병 환자는 2024년 5만1807명으로, 2020년(4만4552명)보다 4년 새 16.3%포인트(P) 늘었다.

1형 당뇨병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이 때문에 장기간의 치료·관리에서 환자들의 정신건강도 크게 위협받는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김규리 교수, 김서현 박사 연구팀이 2009~2015년 19세 이상 성인 중 1형 당뇨병을 진단받고, 1년 이내 인슐린 처방 3회 이상, 1~2년 내 추가 인슐린 처방 기록이 있는 4만5944명을 추적 관찰했더니 1형 당뇨병 환자가 자살을 시도해 입원하거나 실제 사망에 이르는 자살위험이 정상인보다 2배 더 높고, 암 환자보다도 1.8배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1형 당뇨병 환자들이 올해부터 경제적 부담을 조금 덜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중증의 췌장 장애를 장애의 한 종류로 인정했다. 이 개정안은 오는 7월1일 시행된다. 이에 따라 1형 당뇨병 환자가 췌장 장애인으로 등록되면 장애인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통한 활동 지원 서비스, 소득 수준에 따른 장애 수당, 장애인 의료비 지원 등의 대상이 되고, 다양한 공공요금과 세제 혜택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서울 용산 CGV에서 개최한 상영회 및 소통간담회에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하지만 환자들은 1형 당뇨병을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이 병이 중증 난치질환으로 지정되면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낮아지고, 산정 특례 적용 등을 통해 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산정 특례 대상자는 산정 특례 대상 질환으로 인한 입원, 외래 진료 시 질환에 따라 비용의 0~10%만 부담하면 된다.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중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의료비 부담이 큰 환자들에 대한 지원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장애 시행과 연계해 의료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 수 있는 방향으로 중증 난치질환 포함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인슐린 펌프, 연속혈당 측정기 등의 의료기기와 관련한 보험급여 확대 요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해서 췌장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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