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월29일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문신사·의사를 포함한 '문신사법 시행 준비를 위한 자문단'(가칭)을 이달 꾸린다. 문신사법의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 논의 테이블을 만드는 건데, 이 자문단은 조만간 '민·관 협의체'로 승격해 하위법령 최종 조정안을 도출할 공식 기구로 가동될 예정이다.
2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3~4주차에 이 자문단을 출범하고 문신사법 하위법령에 담길 내용을 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 자문단은 현직 문신사 2명, 의사 2명, 감염관리 전문 간호대 교수 1명,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소속 1명, 건강증진개발원 소속 1명,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등 자문위원 10명 이내로 꾸려질 예정이다.
그중 문신사 대표로는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과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이 선정됐고, 의사 대표로는 대한의사협회 소속 2명이 선정될 것으로 전해진다. 문신사법에 따르면 문신 시술 행위는 '의료행위'이지만 의료인이 아닌 문신사는 예외로 한다. 자문단에 문신사·의사가 2명씩 동률도 구성됐다는 건 문신이 의료행위인 만큼 감염·위생을 의료 수준에서 엄격히 관리하겠단 정부의 의지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신사법에 따르면 비의료인이 문신을 시술하려면 국가시험에 합격해 문신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또 문신사는 위생교육을 받아 문신업소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며, 건강진단에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질병이 없다'고 판정받아야 한다. 이런 조항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 규정이 문신사법 하위법령에 실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복지부는 건강증진개발원·국시원과 안건 초안을 만든 다음, 자문단 회의에서 각 위원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조정·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로드맵을 짰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을 위원장으로 위원 15~20명으로 구성된 민·관 협의체를 올해 1월 출범하려 했지만, 여러 이유로 아직 꾸리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하위법령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해, 민·관 협의체의 '축소판'인 자문단부터 서둘러 꾸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출범하려던 민·관 협의체가 현재까지 꾸려지지 못한 데는 '뜻밖의 이유'가 있었다. 앞서 지난해 12월9일, 복지부는 문신·미용 단체장 17명과 서울 모처에서 만나 '문신사법 시행 준비를 위한 간담회'를 비공개 진행했다. 기자가 입수한 당일 간담회 개요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복지부 건강정책국장(협의체 위원장)을 주축으로 △문신 관련 단체 △관계 부처(식품의약품안전처·환경부) △지자체(보건소) △의료계 △학계 △관계기관(국시원·건강증진개발원) 등을 대표할 15인 내외의 민·관 협의체를 꾸리려 했다.
당일 복지부는 단체장들에게 "문신사를 대표해 민·관 협의체에 참여할 1명을 선발해달라"고 요청한 후 간담회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문신·미용 관련 단체장 17명은 손으로 지목하는 방식으로 '5명'까지 추렸지만 1명으로 추리지 못했다. 이날 참석한 한 단체장은 "복지부가 단체들의 연혁, 회원 수, 문신 합법화 기여도 등 어떠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 중에서 1명만 뽑아달라'는 식으로 주문하고 나갔다"며 "각 단체장이 정부와의 논의 테이블에 나서려는 경쟁이 치열한데도 복지부가 선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단체장 사이에서 격론까지 벌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이후 복지부는 단체장 5명 중 1~2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난색을 보였다. 최근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5명 중에서 1~2명을 선정하기 위해 단체 연혁과 회원 수, 단체장의 문신 시술 경력 등을 전반적으로 보며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협의체를 주도하고 결정권을 가질 위원장(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이 지난 12월 이후 아직 공석이라는 점도 협의체를 꾸리지 못한 큰 이유"라고 귀띔했다.
건강정책국장은 이달 2일 현재까지도 공석이다. 문제는 당장 내년 10월29일 문신사법 시행과 동시에 문신사 면허를 따기 위한 현직 문신 종사자들 30여만명이 대거 응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문신사법 제정 후 6개월 가깝도록 협의체가 구성되지 못한 데 대해 복지부는 위원장 없이도 운영할 자문단을 꾸리기로 한 것.
이날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문신사 대표를 선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예정보다 훨씬 길어졌다"며 "자문단을 꾸리는 대로 회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