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살았으면 실거주? 비거주?...'비거주 1주택' 제각각 기준

30일 살았으면 실거주? 비거주?...'비거주 1주택' 제각각 기준

윤지혜 기자, 남미래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세종=김온유 기자
2026.08.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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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비거주 1주택에도 거주자는 있다(下)

[편집자주]  정부가 세제·금융 규제를 통해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를 유도하고 있지만 그 집에는 또 다른 거주자인 세입자가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세입자의 연쇄 이동을 부르는 '의자뺏기' 현상과 전월세시장 불안을 짚는다. 해외 주거시장과 비교해 실거주 중심 정책의 한계를 살펴보고 임대차시장 안정의 해법을 모색한다.

"내 집에서 산다" 자가 94% 이 나라 봤더니...실거주의 역설

OECD 주요국 자가점유율/그래픽=윤선정
OECD 주요국 자가점유율/그래픽=윤선정

슬로바키아 93.5% vs 스위스 38.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자가점유율은 국가별로 극명하게 갈린다. 하지만 자가점유율이 낮다고 주거시장이 불안정한 것도, 높다고 반드시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집을 소유해 직접 거주하는 비율보다 안정적으로 빌려 살 수 있는 임대시장이 함께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17일 OECD가 지난해 41개국을 대상으로 주택점유형태(Housing tenure)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가점유율은 58.0%로 35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인 70.1%보다 12.1%포인트(p) 낮다.

통계 상위권에는 슬로바키아를 비롯해 루마니아(92.8%), 크로아티아(90.4%), 리투아니아(86.9%), 불가리아(85.2%) 등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 속했던 동유럽 국가들이 올랐다. 반면 영국(68.4%), 미국(65.3%), 프랑스(58.5%)는 모두 OECD 평균을 밑돌았다. 독일(41.0%)과 스위스(38.2%)는 한국보다도 낮은 최하위권에 위치했다.

구(舊)공산주의 국가의 높은 자가점유율에는 1990년대 체제 전환기에 이뤄진 대규모 국영주택 민영화가 자리한다. 당시 기존 임차인이 살던 국영주택을 낮은 가격에 매입해 소유하는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자가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높은 자가점유율이 모든 계층의 주거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가 중심의 시장에서는 민간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집을 소유하지 않은 청년층이나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가구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 오히려 슬로바키아의 높은 자가보유율과 작은 임대시장이 주거 이동성을 제약하고 노동시장 이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자가점유율 높은 시장일수록 단기 임대료↑"

14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사진=뉴스1
14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사진=뉴스1

반대로 자가점유율이 낮은 독일과 스위스는 임차가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택 재건 과정에서 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했고 장기 임차가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갖춰왔다. 스위스 역시 높은 주택가격과 임차인 보호 제도 등의 영향으로 임차 비중이 높다. 자가를 보유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시장이 주택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구조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플랫폼 야누스헤르메스(JanusHermes)는 한 보고서를 통해 "자가점유율이 낮은 시장에서는 대규모 전문 임대시장이 발달하고 관련 제도도 잘 갖춰진 반면, 자가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시장은 개인 간 임대 거래 의존도가 높고 장기 임대매물이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자가와 임차 가운데 어느 한쪽이 절대적인 해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별 역사와 주택 공급 구조, 금융·임대차 제도에 따라 자가와 임차 비중은 크게 다르다. 자가점유율 자체를 높이는 것보다 직장과 교육, 생애주기에 따라 자가와 임차를 선택하고 어느 쪽이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모든 주택 소유자의 직접 거주를 일률적으로 유도하기보다 투기 목적의 주택 보유와 불가피한 주거 이동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투기적 비거주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비거주를 정교하게 분리해 규제해야 한다"며 "예컨대 처음부터 끝까지 비거주한 주택은 시세 상승만 기대한 투기로 볼 수 있지만, 직장·해외 파견이나 부모 봉양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다른 곳에 거주하는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 늘린다면서 집주인엔 들어가 살아라"…엇박자 정책 손질해야

서울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한 전문가 의견/그래픽=이지혜
서울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한 전문가 의견/그래픽=이지혜

정부가 공공임대와 비아파트 공급 확대 등 현행 실거주 기조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세제·금융 규제로 집주인의 실거주를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난을 근본적으로 완화하려면 '자가보유·실거주=실수요'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 자체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임대 공급을 확대하고 빌라 등 비아파트의 건축 기준과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단기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아파트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상대적으로 공급 속도가 빠른 비아파트를 활용해 전월세시장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취지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다세대·다가구 규제 완화는 장기적인 아파트 공급에 앞선 단기 처방으로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전월세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공급된 비아파트를 누가 소유하느냐다. 무주택자의 아파트 선호가 높은 상황에서 빌라·다가구를 많이 지어도 모두 직접 거주용으로 소화되기는 어렵다. 전월세 물량으로 활용하려면 누군가는 이를 매입해 세입자에게 빌려줘야 한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실질적인 전월세 대책으로 작동하려면 '집을 짓는 정책'과 함께 '임대로 내놓을 유인'이 필요한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아파트가 전월세 대책이 되려면 누군가는 주택을 소유하면서 직접 거주하지 않고 임대로 공급해야 한다"며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면서 비아파트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서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실거주 강화는 매매시장 상승 압력을 낮추는 대신 임대차시장의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집값 안정과 임대차시장 시장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비아파트 활성화의 핵심은 민간 임대 공급자가 시장에 들어올 유인을 만드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비아파트 임대사업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민간 수요를 늘릴 수 있지만 주택 수 산정 제외 특례의 연장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비아파트는 매매보다 전월세 수요가 많은 만큼 임대사업자의 공급 유인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 짓는 주택뿐 아니라 기존 비아파트까지 임대시장으로 끌어내야 공급 효과를 키울 수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기축 빌라와 다가구주택은 여전히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제약 등으로 거래가 위축된 상태"라며 "기축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실수요자의 가격대별 선택지가 넓어지고 유통 매물 증가를 통해 공급 경로도 다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의 역할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공공임대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1차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에는 9만명 넘게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48.7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29.7대 1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 연구원은 "공공임대만으로 기존 민간임대를 모두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전월세시장 안정의 해법은 '얼마나 짓느냐'를 넘어 '누가 소유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임대로 공급하느냐'까지 함께 보는 것으로 모인다. 공공임대를 늘리는 동시에 민간 임대 공급자의 유인을 만들고 기존 비아파트의 유통과 취약 임차인 지원까지 병행해야 한다. 자가보유와 실거주만을 실수요로 보기보다 안정적으로 집을 빌려주고 빌려 살 수 있는 시장 자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살아도 실거주 인정?...전세대출 막힌 '비거주 1주택', 세제·금융 제각각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비교(실거주 vs 비거주)/그래픽=김지영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비교(실거주 vs 비거주)/그래픽=김지영

정부가 부동산 세제·금융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비거주 1주택'으로 쏠린다. 그동안 다주택자를 규제하기 위해 1주택자 혜택을 늘려 왔는데, 앞으로 비거주자는 1주택자라 하더라도 사실상 규제 대상으로 본다.

정부는 예외를 규정하는 방식 등으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개념을 제시했다. 하지만 세제와 금융 분야에서 비거주 1주택자를 규정하는 방식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수요자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지난 13일 부동산 금융정책을 발표하면서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도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으로 분류했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로서 해당 주택을 임대차 중이고, 본인과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실거주한 적이 없을 경우 전세대출의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금융위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한 번이라도 실거주하고 주민등록을 이전한 적이 있다면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주민등록법 제6조는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해당 지역에 주소를 두는 사람을 주민등록 대상으로 정의한다. 즉, 최소 30일을 거주했다면 전세대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부동산 세제의 비거주 1주택자 규제보다 느슨한 형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3일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기본공제액을 줄이면 그만큼 종부세가 늘어난다.

비거주 1주택자, 부동산 세제 예외 적용 기준/그래픽=윤선정
비거주 1주택자, 부동산 세제 예외 적용 기준/그래픽=윤선정

보유와 거주 기간에 맞춰 각각 40%씩 최대 80%까지 인정하던 1주택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2029년 이후에는 거주에만 최대 80%를 인정한다. 1주택자의 거주 여부가 양도세나 종부세에서 중요한 잣대가 되는 셈이다.

재경부는 '부득이한 사유'에 따른 비거주 기간의 경우엔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1년 이상 계속 거주 중인 주택에서 취학,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의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주소를 옮긴 경우가 대표적이다.

1년 이상이라는 기간과 취학, 전학 등 구체적인 사유까지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세대출 규제 조건과 비교하면 엄격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 재개발·재건축으로 취득한 신축주택 등도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융과 세제는 성격이 다르다"며 "대출은 특정 시점의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고 양도세의 경우 전체 기간을 보고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즉, 양도세는 '얼마나 거주했는지'에 대한 비례식이고, 대출은 '거주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이분법이기 때문에 관점이 다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종부세 기본공제는 기간과 무관하게 거주 여부만 따지기 때문에 이런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이에 따라 세제의 비거주 규제를 받는 1주택자 입장에선 금융의 비거주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 느껴지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금융 분야에선 재건축 등의 사유를 비거주 예외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른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금융위는 금융사의 여신심사위원회를 통해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를 탄력적으로 인정한다는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제와 금융은)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꼭 같이 갈 이유가 없다"며 "금융과 맞춰 다시 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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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윤지혜 기자입니다.

남미래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남미래 기자입니다.

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김온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김온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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