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절반 사망...'죽음의 크루즈' 하선, 한타바이러스 상륙하나?

정심교 기자
2026.05.10 13:55

[정심교의 내몸읽기]

한타바이러스/사진=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남대서양을 항해하던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 혼디어스'에서 한타바이러스에 6명이 확진, 3명이 사망한 가운데, 남은 승객들이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 내리기로 하면서 이 바이러스의 육지 확산 우려에 대한 공포감이 빠르게 확산한다. 이 배는 카나리아 제도의 최대 섬인 테네리페 항구에 정박할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입항하지 않은 채 바다 위에서 승객들의 하선과 귀국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바이러스는 얼마나 위험하길래 거부감이 큰 걸까.

한타바이러스는 1976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된 감염병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한타바이러스 일종인 '안데스(Andes) 바이러스'로, 밀접하거나 장기간 접촉을 통한 사람 간 제한적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종"이라고 발표했다.

등줄쥐와 한타바이러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안데스 바이러스는 한타 바이러스 중에서도 사람 사이 접촉으로 전염될 수 있다. 8일 질병관리청은 "이번 사례는 한타바이러스 중에서도 안데스바이러스에 의한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으로, 주로 남미(아르헨티나·칠레) 지역에서 발생한다"며 "쥐 같은 설치류를 통해 사람이 감염되며 아르헨티나·칠레에서 환자와의 밀접한 접촉으로 사람 간 전파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일 이 배는 23개국에서 온 승객 88명과 승무원 59명을 태우고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출항해 남극 대륙 본토, 사우스조지아섬, 나이팅게일섬 등을 거쳐 대서양을 항해했다. 출항 6일째(지난달 6일) 70세 네덜란드 남성이 발열·두통·설사 증세를 호소했고, 호흡곤란 증상까지 보이다가 닷새 뒤 사망했다.

이후 69세인 그의 아내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긴급 후송되던 중 증상이 나빠졌고, 결국 지난달 26일 병원에서 숨졌다. 이 배에 탔던 독일 여성도 지난달 28일부터 폐렴 증상을 겪다가 닷새 뒤인 지난 2일 배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의 일반적인 잠복기는 1~2주이며 최대 6주간 잠복할 수 있다. 감염 초기엔 감기와 비슷한 증상(발열·근육통·두통·오한 등)으로 시작하다가 급격한 호흡곤란, 폐부종, 심장 기능 저하, 급성 신부전 등으로 나빠질 수 있다. 치명률은 20~35%에 달한다. 현재 승인된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백신이 없어 보존적 치료에 의존해야 한다.

한타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전파 감염병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감염된 설치류의 소변·분변·타액에 노출될 때 전파되고, 사람 간 전파는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례와 관련해 WHO는 현재 매우 가까운 접촉자 사이에서 전파가 있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프라이아 로이터=뉴스1) 장용석 기자 = 한타바이러스 확진·의심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가 6일(현지시간) 카보베르데 프라이아를 떠나고 있다. 이 선박은 오는 9일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에 입항할 예정이다. 2026.5.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프라이아 로이터=뉴스1) 장용석 기자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 정희진 센터장은 "크루즈선은 밀폐된 환경에서 장기간 승선한 사람들과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어 한 번 감염병이 발생하면 확산 위험이 크다"며 "첫 환자가 승선 이전에 남미 지역을 여행했는데, 남미에서는 드물지만 한타바이러스의 일종인 안데스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하고 있어 여행 중 설치류의 분변에 오염된 환경과 접촉해 감염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타바이러스가 아시아·유럽에서 일으키는 '신증후군 출혈열' , 북남미 지역에서의 '폐증후군' 모두 중등증 이상의 위중도를 보인다. 특히 '폐증후군'의 경우 치명률이 50%에 달한다. 현재까지 특이적인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없으며, 산소 치료 등 조기 보조치료나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에서의 진료가 예후 개선에 도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보다 환자 발생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중국·러시아와 함께 '신증후군 출혈열'과 같은 한타바이러스 유행 지역에 속하고 있어 군인들과 농부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현재도 접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의 접종 스케줄이 매우 복잡하고 지속력이 짧아, 북남미의 '폐증후군'까지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범용 백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 센터장은 "국제 이동이 활발한 상황에서는 해외 감염병 유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사람 간 전파가 제한적인 만큼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감염된 설치류의 분비물의 오염된 환경에 대한 노출 위험은 특정하기 어렵지만, 설치류가 많이 서식하는 환경(숲·들판·농장 등)에서 활동 후 열이 나면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라이아(세네갈)=AP/뉴시스]한타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 MV 혼디우스가 4일 세네갈 케이프 베르데의 프라이아 항구에 정박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일 케이프 베르데 앞바다에 정박 중인 크루즈 선박에서 발생한 한타바이러스 감염은 크루즈 선박의 밀접 접촉자들 사이에서 사람 간 전염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2026.05.05. /사진=유세진
[프라이아=AP/뉴시스] MV 혼디우스 크루즈선이 5일(현지 시간) 카보베르데 수도 프라이아의 항구에 정박해 있다. 승객과 승무원 등 149명이 탑승한 이 선박에서 한타바이러스 의심 사례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최소 3명이 발병 증상을 보였다. 2026.05.06. /사진=민경찬

질병청 임승관 청장은 "국내에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을 매개하는 설치류가 서식하지 않고, 해외 유입 사례도 보고된 바 없어 공중보건학적 위험도는 낮음으로 평가했다"며 "아르헨티나·칠레 등 남미 지역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여행 중인 경우 설치류와 접촉하지 말고, 쥐 배설물이 있을 만한 폐쇄된 공간은 방문을 자제할 것, 손 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해당 지역에서 귀국한 후에 △발열 △호흡곤란 △메스꺼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진료 시 해외 여행력을 의료진에게 알리며, 필요한 경우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 크루즈선엔 20개국의 서로 다른 나라 사람 140여명이 탄 채, 서아프리카를 떠나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섬에 10일 새벽(현지시간) 도착했다. 이 섬 주민들은 배의 입항 자체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곳 주민들 사이에선 "누가 뭐라 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왜 하필 먼 외국의 배를 다른 곳도 아니고 카나리아 제도로 지정해 데려왔는지 이상하다",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우리가 겪었던 전염병(코로나19)의 고통이 생각난다. 이것도 결국 바이러스 아닌가"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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