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뚱뚱하면 아내도 뚱뚱하고, 부모가 비만하면 자녀도 비만해질 확률이 높을까. 이런 '가족 비만화'를 입증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최근 '퍼블릭 헬스(Public Health)'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도에서 약 63만 가구를 분석했더니, 전체 가구의 10%는 한 가구 내 모든 성인이 비만이었고, 약 20%에선 모든 성인이 과체중 상태인 '집단적 패턴'이 관찰됐다. 이는 인도 성인의 비만율이 7~8%로 세계 평균(16%)보다 낮은데도 가구 단위에서는 비만이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비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식습관과 생활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며 "특히 국가·사회적 환경과 별개로 가정 내 식사 방식과 활동 패턴, 생활 리듬의 유사성이 체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자녀가 똑같은 음식을 먹었더라도 살이 유독 찌는 부위는 부모를 닮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100만명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지방이 배·엉덩이 같은 특정 부위에 많이 쌓이는 양상의 60% 이상은 유전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질량지수(BMI)보다 허리·엉덩이 비율(WHR)에서 유전적 영향이 더 뚜렷했다.
연구팀은 "지방 분포와 관련된 유전 변이가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전달된다"며 "체중이 같더라도 사람마다 체형이 다른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최근 의학계에선 '비만과 체형은 개인의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365mc신촌점 김한 대표원장은 "같은 식탁과 생활 리듬을 공유하는 가족 단위에서 체중·체형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되면서 '가정환경 기반 현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 의학계에서 힘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만과 체형 관리도 개인 중심 접근을 넘어, 가족 구성원의 생애주기와 생활 특성을 반영한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이 비만을 유발하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공유해 다 살이 쪘더라도 살 빼는 전략은 나이대별 달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영유아기 비만·과체중은 체중 감량보다 성장 속도에 맞춘 영양 공급이 핵심이다. 키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와 단백질을 충분히 확보하되, 체지방 과잉은 피하는 식단이 필요하다. 이 시기는 식습관 형성이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만큼, 가족의 식생활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기의 다이어트는 성장을 도우면서 살을 빼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원푸드 다이어트처럼 잘못된 다이어트를 청소년에게 적용하면 요요를 야기하는 건 물론 성장까지 저해할 수 있어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섭취를 제한하려 하기보다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전략을 짜야 한다.
체지방을 줄이려면 칼로리가 많은 고열량·고지방 식품은 피해야 한다. 햄버거·피자·치킨·라면 등 간편식, 케이크·스낵·아이스크림·초콜릿 같은 간식류는 가급적 멀리하는 게 좋다. 이들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면서 식단은 저열량·저탄수화물·저지방·고단백질로 구성한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인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면서 탄수화물·지방은 제한하는 식이다. 단백질 20%, 지방 30%, 탄수화물 50%의 비율이 이상적이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힘들다면 등·하교 길에 자전거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소년은 하루 30분만 운동에 할애해도 충분하다. 줄넘기나 트램펄린 운동은 칼로리 소모가 많으면서 성장판까지 자극해 일석이조다. 놀이도 훌륭한 운동이다.
청년기(20~39세)의 다이어트는 '피하지방'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서울아산병원 비만클리닉 박혜순 교수는 "이 연령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회식 문화와 '혼밥'을 경험하는데, 이때 과식·야식 등으로 살이 찌는 경우가 흔하다"며 "지방세포가 팔뚝·배·허벅지 등의 피하에 주로 분포한다"고 설명했다.
체중은 1주일에 0.5㎏씩 줄여 목표 체중에 도달하도록 한다. 다이어트 식습관을 짤 땐 매끼 식사량을 25%씩 줄이는 목표를 세운다. 임의로 식사량을 줄이기 힘들다면 식사 시간을 30분으로 늘리는 단계부터 도전하면 된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면서 포만감을 느껴 식사량을 저절로 줄일 수 있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는 "아침 식사를 반드시 챙기되 저녁엔 식사량을 줄이는 게 좋다"며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야 과식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식사 때 TV·스마트폰을 보는 습관도 무의식중에 식사량을 늘릴 수 있으므로 피한다.
40~50대 중장년은 뱃살(복부지방)이 늘기 시작하는 시기로, 지방세포의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 지방세포가 노화하면 지방이 잘 분해되지 않는다. 실제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미카엘 라이덴 교수팀이 30~35세의 건강한 여성들에게서 지방세포를 채취하고, 13년 후 다시 채취해 지방세포 노화도에 따른 지방 분해 능력을 비교했더니 나이 든 지방세포의 지방분해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게 확인됐다.
이 시기엔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주 2~3회 근력 운동을 통해 기초대사량을 유지하고, 정제 탄수화물과 고열량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이 시기엔 체중만큼 체성분 관리도 중요하다. 내장 지방을 줄이려면 백미·빵·파스타 등 정제된 곡류보다 현미 같은 통곡류 섭취를 늘린다. 술은 내장 지방 분해를 방해하는 데다, 칼로리가 높아 중년 다이어트의 '쥐약'이다. 생맥주 한 잔(500㏄·185㎉)은 닭 다리 한 개, 막걸리 한 잔(200ml·110㎉)은 붕어빵 한 개, 소주 한 병(360ml·600㎉)은 햄버거 한 개 열량에 맞먹는다.
단순 당(탄수화물)과 트랜스지방이 든 가공식품은 피해야 한다. 다량의 설탕을 섭취하면 세포 노화의 지표인 텔로미어(염색체의 끝단)의 길이가 빠르게 짧아져서다. 탄산음료를 자주 마시면 세포 노화가 조기에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있다. 탄산음료는 칼로리가 높고 맛이 자극적이어서 식욕을 촉진한다. 세포 노화는 물론 체중 증가까지 일으킨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체중 감량보다 근육 유지가 우선이다. 만 65세부터 근 손실이 빨라지면서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내장 지방은 더 많아진다. 노년기에 무리하게 체중을 감량했다간 근육 손실이 악화해 '마른 비만'을 유도할 수 있다.
걷기와 가벼운 근력 운동 등 저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몸무게 1㎏당 단백질을 1~1.2g 먹는 게 적당하다. 이 시기에 살을 빼겠다고 식사량을 줄이면 근육이 쉽게 빠질 수 있으므로 근 감소를 예방하는 게 핵심이다. 운동법은 약한 강도의 유산소 운동이나 일상에서의 신체 활동을 지속하는 걸 추천한다. 빠른 걸음의 산책, 팔 벌리고 손뼉 치기, 누워서 자전거 타기 등이 있다.
365mc신촌점 김한 대표원장은 "가족 단위 다이어트는 생활 속 습관을 함께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식사 시간을 맞추고 조리 과정에서 기름과 당을 줄이는 방식만으로도 도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식 역시 가정 내 기준을 정해 섭취 빈도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