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백신 투자 9년 만에 결실…"K-제약바이오, 한 단계 진화"

박미주 기자
2026.05.27 16:05

(상보)GC녹십자 美 관계사 큐레보, 릴리에 2조원대에 매각돼
GC녹십자가 수령할 양도금액은 4599억원…로열티·CMO 계약 기반 중장기 잠재적 수익구조도 확보
"글로벌 M&A로 혁신 활동이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K-제약바이오 진화해"

GC녹십자 미국 관계사 '큐레보 백신' 매각 개요/그래픽=김지영

GC녹십자의 글로벌 백신 투자가 9년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2017년 미국에 설립한 '큐레보 백신'이 제약사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2조원대에 매각됐다. 큐레보 백신이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의 가치가 인정받은 결과다.

GC녹십자는 이번 매각으로 약 4599억원을 수령할 예정이다. 향후 대상포진 백신의 판매 수수료(로열티)와 위탁생산(CMO) 매출이라는 캐시카우도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이번 거래는 기술수출이 주를 이루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인수합병(M&A)으로 혁신 활동이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K-제약바이오 산업을 한 단계 진화시킨 이정표로 평가된다.

GC녹십자는 미국 관계사 큐레보가 릴리와 발행 주식 전량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릴리의 큐레보 인수 금액은 최대 15억달러(약 2조2600억원)다.

GC녹십자의 큐레보 지분율은 20.3%로, GC녹십자가 받게 되는 양도금액은 약 4599억원이다. 이 중 업프론트(선급금)는 3066억원이고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1533억원이다. 마일스톤은 일정 기간 내 매출 목표 달성 시 45일 이내에 지급될 예정이다. 녹십자의 큐레보 지분 양도 예정일은 오는 8월 24일이다.

이번 계약에는 큐레보가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 '아메조스바테인(프로젝트명 CRV-101)'의 임상 가치가 반영됐다. 아메조스바테인은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와 같은 재조합 단백질 백신으로, 글로벌 임상 2상에서 싱그릭스와 직접 비교 임상을 통해 비열등한 면역원성과 우수한 내약성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싱그릭스 대비 부작용과 통증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현재 임상 2상을 완료했고 2b상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2027년에는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GC녹십자는 이번 계약으로 중장기 수익 구조도 구축했다. 매출 기반 로열티, 잠재적 위탁생산 매출 등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0월 큐레보와 아메조스바테인 글로벌 상업화 물량 일부의 위탁생산 권리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임상의 경우 임상 3상부터 품목허가 승인까지 성공 확률이 85%로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2031년부터는 매출이 꾸준히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예상했다. 이어 "GC녹십자의 의약품 완제 공정 생산시설인 통합완제관의 현재 가동률을 고려할 때 추가 투자 없이 큐레보의 위탁생산 물량 소화가 가능할 것이고, 이는 GC녹십자의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는 "이번 거래는 큐레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연구개발 투자와 협력 전략이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단순 투자 회수를 넘어 잠재적인 향후 사업들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차별화된 자산 개발과 전략적 투자를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GC녹십자는 차후 희귀질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등의 기술수출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로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갖춘 릴리는 26일(현지시간) 백신 개발사 3곳을 38억3000만달러(약 5조7700억원)에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비만·당뇨약, 항암제, 면역치료제를 넘어 신규 감염병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백신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로 했는데, 그중 한 곳으로 큐레보가 채택된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GC녹십자는 릴리와 협업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릴리가 새롭게 백신, 감염병 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면서 백신 노하우를 쌓은 GC녹십자와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GC녹십자가 글로벌 라이선스·파트너십 모델을 통한 가치를 본격적으로 실현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라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자체 상업화에 이어 아메조스바테인을 통한 대형 제약사의 검증이 더해지며 향후 보유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거래 가능성을 시장이 재평가할 수 있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번 거래는 M&A 성공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K-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성장판을 연 것으로 분석된다. 정 원장은 "기존에는 기술수출이라는 하나의 활동에 집중했는데 이번 거래는 M&A라는 점에서 혁신 활동이 다변화된 측면이 있다"며 "다양한 혁신 전략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점에서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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