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금리인상…'비전통적' 배경으로 향배 전망 '난항'

김지훈 기자
2015.12.17 07:52

[美 10년만에 금리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번 금리인상은 역사적으로 이례적 배경을 안고 단행된 것이다. FRB가 장기간 비전통적 통화완화정책을 이어왔다는 맥락때문에 금융시장의 정확한 향배를 짚는 것도 난항을 겪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FRB는 16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행 0-0.2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0.25%-0.5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FRB는 이로써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됐다.

FRB의 금리인상은 양적완화(자산매입)‧제로금리 정책으로 대표되는 비전통적 통화완화노선과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다.

FRB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해 2008년부터 기준금리를 0-0.25%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3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4조5000억달러(약 5334조원)어치 자금을 공급했다.

그간 미국의 비전통적 통화완화는 전 세계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치를 끌어올린 기폭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대체적으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전 세계적 미국행 자본유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유출이 가속화하면서 자산시장이 홍역을 앓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고수익·고위험 채권인 정크(투자부적격)등급 채권시장도 금리인상에 따른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대형 정크본드인 서드 애비뉴 매니지먼트는 투자자들의 조기 환매 요청에 시달리다가 결국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금융시장을 충격으로 몰고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그러나 FRB 금리인상의 영향에 대한 정확한 전망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FRB의 과거 금리인상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장기간 비전통적인 통화완화정책이 이어져 왔다는 배경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말 그대로 금융업계 종사자들 가운데 FRB의 긴축 주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대응과 전망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미국 월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월가 종사자 약 3분의 1은 경력 기간 내내 FRB의 제로 금리 기조만을 경험했다. 긴축주기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월가 베테랑들도 금리인상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FRB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06년이 마지막으로 거의 1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났다. FRB가 2006년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렸던 시기 사회인이 아닌 청소년기를 보낸 종사자들도 많다.

FRB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텔래그래프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권의 초과 지급준비금 규모가 과도하게 급팽창한 것에 주목했다. FRB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은행권의 초과 지준금은 금융위기 전 20억달러로 쥐꼬리만한 수준이었지만 오늘날 2조6000억달러로 급증했다. 은행권이 FRB의 양적완화로 공급받은 자금 상당규모를 FRB의 기대만큼 대출로 돌리지 않고 FRB에 예치하면서다. 은행권의 초과지준금이 급팽창한 것은 금융업계 환경이 FRB의 의도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앤드루 위트코프 핌코 채권 펀드매니저는 "과거 채권금리는 FRB의 기준금리 변경에 동조해 움직인 이후 다시 경제 전반의 금리 척도로 기능했지만 이제 이 같은 상관관계는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FRB의 금리인상이 전반적 시장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처럼 절대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FRB의 금리인상으로 자산시장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에 대해 단정짓는 견해가 있다면 그 견해야말로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FRB 전문기자인 존 힐센래스는 미국이 지난 3분기 말까지 78개월간 이례적인 경기확장을 경험했다는데 주목했다. 78개월 연속 경기확장은 1854년부터 있었던 33개 확장 주기 가운데 세 번째로 장기간 경기가 확장된 것이다. 힐센레스는 FRB가 미국 경기 확장 주기가 이렇게 오래된 기간에 금리를 올린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향후 FRB의 통화긴축 속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힐센래스는 과거 3번의 경기 확장 시기는 모두 자산 버블을 급증시켰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2007년 주거용 부동산 버블이 붕괴됐고 2001년 닷컴 버블이 꺼졌다. 1990년대 초에는 상업용 부동산 버블이 붕괴했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진입하면서 FRB는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WSJ가 최근 65명의 이코미스트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58%는 FRB가 5년내 제로금리로 복귀할 가능성을 긍정했다. 65명 가운데 10명은 FRB가 향후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 유럽중앙은행(ECB)처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힐센래스는 따라서 2007-2009년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비 전통적인 통화정책의 시대가 아직 종식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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