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환율 문제로 확대되면서 시장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9월에 미중 무역협상 재개가 예고됐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기대하지 말고 당분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인해 갈등이 더욱 커진다면 경기침체도 피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CNN 비즈니스는 "트럼프와 중국 사이 무역전쟁은 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무역갈등은 되돌리기 어려운 새로운 수준에 도달했고 심각한 경제둔화 혹은 침체를 부를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달 말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 1일 3250억달러(약 380조원)어치 나머지 중국산 상품에 10%의 추가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는 다음달부터 적용된다.
이후 중국은 위안화 절하를 사실상 용인하며 5일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고, 중국 업체들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시키며 맞대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는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이는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환율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중 갈등이 악화되자 미국증시가 급락한 것은 물론 아시아권 증시도 곤두박질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전과 차원이 다른 미중 무역전쟁의 공포감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냇웨스트마켓(Natwest Market)의 만수르 모딘(Mohi-uddin) 선임 거시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이 이미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환율조작국이란 꼬리표를 단 것은 상징적"이라면서도 "이는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투심을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미중은 9월 무역협상 재개를 약속했지만 투심은 이미 낙관적 기대감을 줄이기 시작했단 뜻이다.
모딘 연구원은 그러면서 "9월 새로운 협상이 시작되기 전 위안화는 달러당 7.05~7.25위안 사이를 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코웬의 크리스 크루거 연구원은 "중국의 이번 보복의 정도는 1~10단계 중 11단계로 어마어마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중국의 환율조작 혐의를 이용해 추가 관세, 투자 제한, 수출 통제 등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미 농산물 수입을 중단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 농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은 연내 갈등이 더 커질 것을 예상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갈등 확대가 현실화한다면 향후 9개월 안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셔널 시큐리티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전략가도 CNN에 "미중 무역전쟁 고조는 미국 경제에 분명히 나쁜데 얼마나 나쁠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역사적으로 경기침체는 통화정책의 실수에 대한 반응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했다. 이어 9월1일부터 부과 예정인 관세가 의류, 신발, 스마트폰과 같은 일상 소비품 거의 모든 것에 해당하는 만큼 투심 위축이 더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임을 우려했다. 전자기기를 파는 미 유통업체 베스트바이 주가는 8월 들어서만 13.1% 내렸다.
투자자문사 베다 파트너스의 헨리에타 트레이즈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미국과 중국은 1년 이상 지속된 전쟁에서 가장 공격적인 단계로 나아가고 있으며 여기서부터 사태가 확대될 것을 전적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