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MBK의 日기업 인수 제동…"40년 전 교훈"

일본 정부, MBK의 日기업 인수 제동…"40년 전 교훈"

김종훈 기자
2026.04.23 15:52

"금속가공 기계 생산기업, 무기생산도 가능"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모습./사진=뉴스1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모습./사진=뉴스1

일본 정부가 한국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자국 기업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MBK가 인수하려던 곳은 공작기계 기업 마키노 밀링 제작소다. 일본 정부는 자국 방위산업체들이 해당 기업 제품을 쓰고 있다면서 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고 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재무성은 자국 외환 및 외국무역법(외환법)에 근거해 MBK파트너스에 마키노 밀링 제작소 인수 중단을 권고했다. 카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은 "해당 투자 건은 국가 안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MBK는 내달 1일까지 권고를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해 일본 정부에 알려야 한다. MBK가 권고를 따르지 않기로 한다면 일본 정부는 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일본 정부가 중단 명령을 내린다면 MBK가 역대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08년 영국계 펀드가 자국 전력회사 J파워 지분을 추가 인수하려 하자 처음으로 외환법에 근거해 중단 명령을 내렸다.

마키노 밀링 제작소는 금속 가공 기계를 생산한다. 이 기업 제품은 자동차, 전자기기 부품 제작 등 용도로 폭넓게 활용된다. 아사히신문은 "마키노 밀링 제작소 제품은 고성능으로 일본 방위장비 제조기업들도 널리 이용하고 있다"며 "다른 정보와 조합될 경우 국가 안보에 연관된 민감한 정보가 생산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공작기계는 언뜻 보면 민간산업용 제조설비 같지만 실상은 무기 생산이 가능한 장비"라면서 "핵무기 제조에도 (공작기계가) 사용된다"는 업계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닛케이는 1987년 도시바기계 수출 사건 이후 일본 정부가 공작기계 기업 기술 유출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냉전시절 서방은 공산국가들의 기술 접근을 통제할 목적으로 '대공산권 수출통제위원회'(COCOM)를 운영했다. 일본도 이 위원회의 일원이었는데, 도시바기계가 위원회 규정을 위반해 고성능 공작기계를 옛 소련에 수출한 일이 있었다. 소련은 이를 이용해 잠수함 소음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고 미국은 소련 잠수함 탐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미국은 도시바기계의 미국 판매 활동을 3년 간 중단시키는 등 일본을 강하게 압박했다. 닛케이는 "공작기계 수출이 군비 균형에 영향을 준 사건"이라며 "민간 기술 수출이 안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조명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닛케이는 "도시바 기계 사건이라는 쓰디쓴 경험을 한 일본에게 (공작기계 수출의) 위험성은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이라며 이번 마키노 밀리 제작소 건에 대해 "정부의 과잉반응이 아니라 경험에 기반한 판단"이라고 했다.

한편 MBK는 지난해 6월 마키노 밀링과 협상 끝에 기업 인수를 발표했다. 일본 최대 모터기업 일본전산(니덱)이 먼저 적대적 인수에 나서자 MBK가 마키노 밀링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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