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 상승 가속화 전망"

독일 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으로 인해 석유와 가스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에서 0.5%로 하향조정했다. 경제 성장이 4년 연속 사실상 정체 상태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22일(현지시간) 독일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2027년 성장 전망치도 1.3%에서 0.9%로 낮췄다. 카테리나 라이헤 경제장관은 "독일 경제가 완만한 회복 경로에 있지만 맞바람(악재)이 거세졌다"며 "올해 기대했던 경제 회복이 외부의 지정학적 충격이 다시 한번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0.5% 전망에 대해 코메르츠방크의 수석 경제학자 요르크 크레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근무일 수 증가를 반영하면 0.3%에 불과하다"며 "이건 사실상 블랙제로'(멈춰있는 상태)와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독일은 이란 전쟁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가계에 경제적 부담을 주고 경제 전반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2.2%에서 올해 2.7%, 내년에는 2.8%로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라이헤 장관은 "향후 중동 분쟁 향방에 따라 경제 흐름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상당한 불확실성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에 고군분투해왔다. 그럼에도 2023~2024년에는 역성장했고 지난해는 민간 소비가 소폭 늘어나면서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중국과의 심화된 경쟁과 높은 에너지 비용은 독일의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에 걸림돌이되고 있다.
라이헤 장관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독일 경제의 회복이 주로 내수 시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름값 상승으로 구매력이 낮아졌음에도 실질 소득 증가가 민간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면서 독일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명목 기준으로 소비는 2026년에 3.2%, 2027년에 3.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했을 때 실질 증가율은 올해 0.4%, 내년 0.5%로 관측했다.
지난 13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중동 전쟁의 영향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유류세 인하를 위한 16억유로(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조치를 발표했다. 라이헤 장관은 해당 정책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며 "경제가 다시 성장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높은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비용을 낮추며 관료주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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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럽 주요 국가들은 속속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앞서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낮췄다. 프랑스 정부도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p) 낮은 3.1%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