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억명이 '진짜 투표권' 없는 독재국가에 산다 [데이:트]

임소연 기자, 유효송 기자
2022.03.05 06:55
(AFP=뉴스1) 이동원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선포하고, 서방의 분노와 세계적인 호소에 저항하며 그곳의 군인들에게 무기를 내려놓지 말 것을 요구 전쟁을 개시하다. 사진은 2019년 2월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는 모습. ? AFP=뉴스1 ? AFP=뉴스1

무슨 일이 있죠?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다음주 수요일 결정됩니다. 어제와 오늘(5일)은 사전투표일이죠.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래 우리나라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통령을 선출해왔습니다. 간선제에서 일시적 직선제, 내각제에서 또다시 무늬만 직선제로 가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죠. 지금처럼 우리가 직접 대통령을 뽑는 '제대로 된 직선제'는 1987년 개헌을 통해 이뤄냈습니다.

유권자의 정치참여 의지와 의사가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를 택한 지 이제 35년째 입니다.

대선 투표율은 1987년 89.2%에서 계속 하락해 2007년 63%로 저점을 찍었어요. 이후 다시 올라 2017년 대선에선 77.2%를 기록했어요. 이번 대선에선 10명 중 4명이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했는데요. 오는 9일 최종 당선자와 함께 투표율도 발표되겠죠.

투표율은 선거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한 나라의 시민 정치참여도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여겨져요. 선거는 민주 정치체제와 불가분의 관계죠.

그럼 지구상에 진정한 '투표권'을 누리는 나라는 몇개국이나 될까요? 투표만 하면 민주정이 알아서 굴러갈까요? 민주 정치체제로 분류되는 국가에 사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이번주 [데이:트]는 대선을 맞아 선거와 민주주의를 숫자로 들여다 보려 합니다.

더 들여다 보면
선거 민주주의 채택 국가들과 각국 선거제의 역사

2021년 기준 '의미 있는' 선거를 치르는 국가는 89개 입니다.

정치학자 안나 뤼어만 등은 정치체제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어요. △폐쇄형 독재 △선거 독재 △선거 민주주의 △자유 민주주의 등이에요. 앞서 말한 89개국은 선거 민주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로 분류된 곳들입니다.

폐쇄형 독재는 북한처럼 시민들이 정부나 입법부를 선택할 권리가 없는 체제입니다. 선거 독재는 유권자가 대통령과 의회를 선출할 순 있지만 선거가 불공정하거나 의미없는 절차에 불과한 체제입니다. 현재의 터키나 인도가 여기 속하죠.

선거 민주주의는 의미있고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는 체제로, 브라질이 대표적이에요.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됩니다. 자유 민주주의로 분류되기는 생각보다 까다로워요. 공정한 선거에 더해 모든 시민의 헌법상 권리와 자유가 비교적 잘 보호된다고 판단돼야 합니다. 영미권 국가와 일본 등을 포함해 총 34개국이 여기에 속합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인구 77억 명 중 53억 명이 '독재'로 분류되는 국가에 산다. 빨간색- 폐쇄형 독재, 주황색- 선거 독재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구축한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의 지도를 보면 민주 국가보다 독재 국가에 사는 시민이 더 많아요. 전 세계에서 민주 정치체제를 누리는 인구의 비중은 2017년 50%로 정점을 찍고 점점 하락해 2020년 32%에 불과하죠. 전 세계 약 80억 인구의 3분의 2 가량인 53억명이 진정한 의미의 '투표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선거를 정기적으로 치르고, 합리적인 법제를 갖춘 국가들도 봅시다. 이들 나라의 정치는 이상적일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민주주의와 선거 역사가 깊은 나라의 시민들도 자국 민주주의 작동 방식에 불만이 있거든요.

2020년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조사 대상 34개 민주 국가의 시민 52%가 정치 작동 방식에 불만족한다고 답했어요. 만족한다는 답은 44%에 그쳤어요. 주목할만한 점은 '불만족스럽다'는 답변 비율이 높은 국가들이 흔히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곳들이란 점입니다. △영국(69%) △미국(59%) △프랑스(58%) △일본(53%)에서 응답자 과반이 자국의 정치제제에 불만을 품었습니다.

불만의 주 원인은 자신들이 뽑은 공직자들에 대한 회의감이었어요. 즉,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유권자 의견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느낄수록 정치체제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단 겁니다. 특히 영국(79%)과 이탈리아(78%)에서 선출직들에 대한 불만이 높았습니다.

다시 말해 이론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것과 유권자가 느끼는 정치효능감 및 만족도는 별개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종종 우리는 내 손으로 뽑은 정치 대리인이 내 의견을 듣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이는 선거에 대한 불신, 나아가 민주 정치제에 대한 불만으로 번질 수 있어요.

그래서요?
사진=AFP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민주주의 역사가 깊은 국가들에서 정부와 시민 간에 대립이 일어나는 걸 많이 봤습니다. 백신접종과 방역을 강제하겠다는 정부와 이에 맞서는 시민들의 반발이었죠.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방역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최루가스 등을 동원해 강제 해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엔 코로나 검사와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트럭 시위대가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국경 다리를 막아버렸어요. 3주 넘게 지속된 트럭시위는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됐죠. '시민의 자유', 정치적 대표들에 대한 유권자의 불복종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었죠. 완벽하게 완성된 민주주의 체제란 없고, 늘 토론과 고민이 필요하단 점을 일깨웁니다.

9일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우리의 선거가 더 많은 유권자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생략된, 형식적 정치 행사로 변질되진 않는지 늘 감시해야겠습니다.

"선거는 4년이나 5년에 한 번씩 투표할 때만 주인과 자유인이 되고 선거만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가는 제도다." ㅡ 장 자크 루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