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밀과 보리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그런 두 나라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농산물을 수확하고 파종할 사람도 운송할 사람도 없어졌죠. 생산과 공급 차질은 전 세계 식탁을 위협하고 있어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앞으로 몇 달간 (식량 안보와 관련한) 참사 이상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어요. 이미 인도네시아와 이집트, 예멘, 레바논 등 우크라이나산 밀에 의존하는 국가들에선 식량 불안이 일고 있어요.
특히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선 과거 식량 때문에 일어난 시위와 폭동으로 정부가 바뀌기도 했기 때문에 이번 식량 위기가 비슷한 일을 야기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오는데요. 오늘 [데이:트]에선 세계 식량 가격 추이와 함께 각국 상황을 들춰보려 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과 해바라기 기름, 보리, 옥수수 등 필수 농산물의 수출대국이에요. 밀 공급의 30%, 옥수수 공급의 20%, 해바라기씨유 공급의 75∼80%를 차지하죠.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자 우크라이나는 필수 곡물의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어요. 이미 계약돼 외국으로 보내야 하는 곡물조차 밖으로 못 나가는 실정입니다.
이들 국가에서 수출되는 곡물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국가들부터 위기에 놓였어요. 이집트와 레바논, 이라크, 예멘, 방글라데시, 아이티, 인도네시아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W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는 이집트가 85%, 레바논이 81%에 이릅니다. 이집트에서 빵은 서민들의 주식이에요. 이집트는 밀 소비량의 60%가량을 수입하는데 이 중 80%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오죠.
식량 위기 수준은 과거 시민들의 폭동을 불러 일으켰던 2008년과 2011년의 수준을 웃돌고 있습니다.
과거 2007~2008년 연료 가격 급등과 가뭄 때문에 식량 위기가 터진 적이 있어요. 당시 이집트, 인도네시아, 세네갈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폭동이 일어났었죠. 또 2011년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선 식량 가격 폭등 등으로 인한 사회 불안으로 '아랍의 봄'이 일어났어요. 이때 이집트, 튀니지, 예멘 등에서는 정권이 교체됐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따르면 지난 2월 세계 식량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올라 전년 동기 대비 20.7% 상승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8.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이 때문에 지난달 초 이라크 남부 도시 나시리야와 중부 바빌 주에서 밀가루 등 식품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어요.
국제기구의 식량 지원을 받는 나라들에선 배급량이 뚝 떨어졌습니다. 예멘에서 이미 800만 명에 대한 배급이 절반으로 줄었고, 곧 제로(0)가 될 수도 있다고 호소했어요. 식량난 탓에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WFP는 이번 전쟁이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남길 사건"이라고 지적했어요.
빈곤국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에서도 밥상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독일과 스페인, 영국 등은 물가 상승 수준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7.5% 상승했는데, 이중 식용유와 버터가 19.7%, 채소는 14.2%, 빵은 7.1% 급등했어요. 독일 슈퍼마켓 진열대에선 밀가루와 해바라기씨유가 사라졌고, 소비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사재기를 하고 있죠. 스페인과 영국 상황도 비슷해요.
식량 가격뿐만 아니라 비료 가격도 크게 올라 전 세계 농가들은 경작량을 줄이고 있어요. 전 세계 비료시장의 20%를 점유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비료도 부족해진 탓입니다. 식량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단 의미예요.
수입 비료 의존도가 큰 브라질은 농부들이 옥수수 경작량을 줄이고, 비료도 덜 쓰고 있어요. 옥수수, 콩, 쌀, 밀 등 곡물 생산량엔 비료가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비료 사용이 줄면 생산량도 줄어들어요.
푸틴의 전쟁이 미치는 여파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글로벌 식량 안보에 곧바로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요.
앨리슨 벤틀리 국제옥수수밀연구소(CIMMYT) 책임자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부유한 국가는 식품 가격 인상을 가난한 나라보다 쉽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저소득 국가는 빵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 등이?제한될 것"이라며 "남반구를 포함해 이미 취약한 사람들의 즉각적인 식량 공급 안전을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국제 정치 및 경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