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차기 장관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콩 정부의 2인자인 존 리 정무부총리가 차기 장관으로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리 부총리는 경찰 출신으로 홍콩 반정부 시위 진압과 보안법 강행을 주도한 인물이다.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가족을 위해 불출마를 결정했다"며 연임에 도전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그는 "(불출마의 배경이) 이번 임기 동안 나와 홍콩 정부의 성과를 평가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미흡한 대처 등으로 리더십이 약해져 재도전 의사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여론조사 연구소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람 장관은 중국 당국이 홍콩을 통제한 이후 가장 인기 없는 지도자"라고 전했다.
람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행정장관직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인물은 없지만 SCMP는 리 부총리가 가장 유력하다고 봤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리 부총리가 출마 준비를 위해 선거캠프를 구성했다"며 "확실한 (차기 행정장관) 선두주자"라고 보도했다.
경찰 출신인 리 부총리는 2017년부터 치안총수인 보안장관으로 재임했다. 2019년 반정부 시위에 강력히 대응하고, 지난해 반중국 성향의 빈과일보를 폐간시킨 공로로 정무부총리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리 부총리를 행정장관으로 지명하면서 홍콩을 준 '경찰국가'로 이끌겠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도 하마평에 올라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찬 장관이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소통을 넓히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점쳤다.
한편 이번 행정장관 선거는 친중 진영이 완전히 장악한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중국 정부가 홍콩의 선거에 '애국자'만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제를 개편한 후, 지난해 9월 실시된 선거인단 선거에서는 친중 진영 후보가 99.9%를 차지했다. 야권 인사는 단 1명이다.
행정장관 출마를 위해 현재 1463명인 선거인단에서 최소 188명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후 정부 관리들로 구성된 '공직선거 출마 자격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출마 자격을 얻는다. 차기 행정장관은 다음 달 8일 선거인단이 간접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중국 정부 승인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