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하게도 90살이 될 때까지는 진짜 늙는단 느낌이 없었어요. 하지만 한번 늙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게 되죠."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94)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CEO가 이달 초 깜짝 은퇴를 발표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버핏은 14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를 통해 은퇴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순간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버핏은 최근 몇 년 사이 그렉 에이블 부회장이 매일 일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지, 동시에 자신은 얼마나 느려지고 있는지를 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루 10시간 동안 그가 해내는 일과 내가 해내는 일을 비교하면 에너지 차이와 성과의 차이는 점점 더 확연해졌다"고 했다. 또 가끔 균형을 잃기 시작했고 가끔 사람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으며, 신문의 글씨가 갑자기 너무 작게 느껴졌다고도 했다.
지난 1년 사이 이런 변화에 대한 자각은 결국 은퇴 결심으로 이어졌다. 버핏은 내년부터 에이블 부회장에게 버크셔 CEO직을 넘겨준 뒤 이사회 회장직만 맡겠단 계획이다. 버핏은 2018년 일찌감치 에이블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2021년엔 그를 차기 CEO로 정식 지명하며 후계 구도를 명확히 했다.
버핏은 "정말 뛰어난 인재는 드물다"면서 "그렉은 엄청난 실행력을 가지고 있었다. 필요한 곳에선 과감히 경영진을 교체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왔고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그렉을 그 자리에 앉히지 않는 게 불공정한 일이었다"며 "버크셔가 그렉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잘 될 것"이라고 했다.
많은 투자자들은 버핏이 종신형 CEO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버핏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버핏은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CEO로서 쓸모가 있을 때까지만 CEO로 남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나도 놀랐다"고 했다.
버크셔 CEO로서의 날들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투자에 대한 버핏의 애정과 의욕은 여전하다. 버핏은 "건강이 좋다. 적어도 매일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면서 "나는 (은퇴 후) 집에서 드라마만 보고 있진 않을 것이다. 내 관심사는 여전히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나이듦에 따라 일부 능력이 다소 떨어졌을진 모르지만 시장에 대한 판단력은 여전하다고 장담했다. 그는 "20년 전, 40년 전, 60년 전 내가 결정했던 일들에 대해서라면, 지금도 전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서 "만약 시장에 공포가 오면 나는 여전히 쓸모가 있을 것이다. 왜냐면 가격이 내려가거나 모두가 겁을 먹어도 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건 나이랑 아무 상관 없는 능력"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다만 버크셔가 쌓아놓은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버핏은 에이블 부회장에게 결정을 맡길 뜻을 시사했다. 그는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에 대해 그에게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