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FLOW]

"아이유·변우석이 사과하고 폐기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죠. 영상 콘텐츠 제작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논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콘텐츠업계의 목소리가 커진다. 빠르게 콘텐츠를 찍어내는 '공장형 구조'와 외주에 의존하는 생산 체계 등 문제가 같은 논란을 되풀이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이달 중 '21세기 대군부인'의 지원사업 결과평가를 수행한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지난해 2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특화 콘텐츠 제작지원(IP(지식재산권)확보형) 사업'에 선정돼 최대 20억원을 지원받았다. 콘진원은 이달 초 완성작과 보고서 등 결과물을 제출받았으며 이달 말까지 성공적인 사업 수행 여부를 판단한다.
만일 사업 수행이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불합격'으로 지정된다. 이 경우 지원금은 물론 발생 이자까지 반환해야 한다. 해당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 중 역사 왜곡을 이유로 지원금이 반환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콘진원 관계자는 "'21세기 대군부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신중하게 규정 위반과 추가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것은 '21세기 대군부인'의 '중티'(중국 색깔)가 지나치다는 점이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조선 왕실이 유지돼 입헌군주제를 택한 대한민국이라는 설정을 따르는데, '만세' 대신 중국의 신하 나라가 쓰는 구호인 '천세'를 쓰거나 왕이 중국 신하의 상징인 '구류면류관'을 착용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등장인물이 중국 다도처럼 찻물을 버리는 장면이나 대비가 중국제 만년필을 쓰는 장면 등도 논란이 됐다.
'중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도 중국풍 소품과 음식 등 역사 왜곡 논란으로 조기 종영했으며 '폭군의 셰프'는 중국어 대사 비중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빈센조'나 '여신강림' 드라마는 뜬금없는 중국 제품 PPL(간접광고)로 송중기 등 출연 배우와 제작진이 사과했다.

콘텐츠업계는 후진적인 영상 콘텐츠 제작 구조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청자 수는 치솟았지만 인프라 부족과 미흡한 검증 체계 등 무대 뒤편은 여전히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민간의 검수 역량에는 한계가 있어 국가 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콘진원 외에도 국가유산청(역사 자문), 중앙박물관(문화유산 지원) 등이 제작 단계부터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주 제작에 의존하는 구조도 문제다. 직접 제작보다 방영 주체의 개입이 적기 때문에 검증을 어렵게 만든다. 논란을 빚은 드라마들도 대부분 외주 제작사의 작품이다. 이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방송사업자의 외주 제작비는 9878억원으로 10년 전(8020억원)보다 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직접 제작비는 4조 2745억원에서 2조 9709억원으로 3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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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수익 지상주의' 콘텐츠 시장 구조가 해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군부인'도 디즈니플러스 TV쇼 부문 비영어권 1위에 오르는 등 선전했지만 정작 안방에서 지지를 잃으며 수정을 거듭해야 했다. 한 수도권 대학 콘텐츠학과 교수는 "우리 콘텐츠인데 정작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채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마구잡이식 콘텐츠 생산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