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진행성 유방암이 있다고 전화했던 의사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2021년 9월의 어느 오후였다.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나를 위로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차분했고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지혜와 침착함, 공감 능력으로 노련한 의료 전문가의 품격을 보여주며 나의 고통을 다루었다. 나는 나의 고통에 연민을 느낀다고 믿었던 한 인간과 대화하고 있었다.
그 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진단 며칠 만에 나는 기묘한 기계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암 투병 과정의 모든 중요한 단계는 내 고향인 헝가리 정부가 구축한 디지털 건강 기록 시스템을 통해 내게 전달되었다. 이 시스템은 디지털화된 병리 보고서를 통해 국소 전이(암이 림프계로 퍼진 것) 사실과 치료 방법을 알려주었다. 사실상 나는 의사들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설계된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조기 사망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과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통보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몇 달간 두려운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은 나의 우울증을 심화시켰고, 내 건강과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강화시켰다. 하지만 헝가리의 데이터베이스인 EESZT를 이용하면서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누가 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게 된 것이다. 나를 담당하던 암 전문의들뿐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의사들도 접근할 수 있었을까? 정신건강 치료와 임신 관련 기록, 과거 검사 결과와 CT 스캔 등 나머지 의료 기록은 어땠을까?
나는 곧 나를 치료했던 모든 의사와 EESZT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내 개인정보 설정을 변경하지 않는 한 내 전체 기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연합(EU)의 엄격한 데이터 보호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의 기본 설정은 내 건강 데이터 대부분을 수많은 사람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