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이 'AI(인공지능) 인형'을 활용한 한국의 독거노인 돌봄 시스템을 집중 보도했다.
CNN은 9000자 분량의 기획 기사를 통해 한국의 '초고령화 사회' 문제를 지적했다. CNN은 "한국의 노인들은 전례없는 곤경에 직면해 있다"며 "급속한 경제 변화는 한국의 전통적인 사회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올해 6월 대한의사협회에서 발표된 논문 '노인 자살의 이해와 예방'에 따르면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는 초고령사회이며, 매일 10명의 노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 가족 구조 변화가 맞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 중이다.
고령사회 연구자인 오텔리아 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 돌봄 구조가 무너진 가운데 노인 3명 중 1명이 혼자 산다"며 "자녀·손주와 단절된 고립이 우울과 극단적 선택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 교수는 "(고령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 돼 한국 정부가 적절한 연금 및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CNN은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만든 AI인형 '효돌(Hyodol)'이 독거 노인의 정서 돌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효돌은 웃는 얼굴과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를 가진 15~20인치 크기의 봉제 인형 형태로, 터치와 음성에 반응하고 복약 알림, 응급상황 감지, 인지 훈련 등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집에 들어오면 "할머니(할아버지), 오늘 하루 기다렸어요"라고 맞이하는 인사 기능은 특히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AI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과 연동돼 사회복지사·보호자가 원격으로 식사 여부, 약 복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기준 1만 2000여 개가 국가·지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배포됐다. 가족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늘며 가격은 약 130만 원 수준이다.
효돌을 도입한 현장에서는 극적인 변화도 관찰됐다. 한 사회복지사는 CNN에 "11층에서 투신을 고민하던 우울증 노인이 효돌을 받은 뒤 표정이 달라졌다"며 외로움이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리 교수는 6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6주 사용 후 우울감이 줄고 인지 기능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부작용은 있다. 효돌의 '아기 같은 디자인'이 정서적 의존을 유발하거나 노인을 유아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한 노인이 효돌에게 세상을 떠난 딸의 이름을 붙이고 사회관계를 중단한 사례도 보고됐다. 효돌 김지희 대표는 "효돌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 역할을 해야 한다"며 "모든 노인에게 맞는 솔루션은 아니다"고 말했다.
목소리와 의료 정보 등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수집된 데이터는 익명화 처리되며 음성 녹음은 내부 모델 개선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언어 기능이 없는 로봇 '파로(PARO)'가 보다 단순한 동물형 정서치료 기기로 자리 잡았다. 개발자인 시바타 다카노리 교수는 "대화형 로봇에 대한 개인정보 노출 우려를 피하면서도 불안·우울·초조감 완화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AI돌봄 로봇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2030년 77억 달러(한화 약 1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