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기습적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압송 작전을 지켜본 미 정치권의 평가가 첨예하게 갈라진다. 야당인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의 승인 없이 해외 군사작전을 펼쳤다며 맹비난한다. 여당인 공화당은 마두로의 축출을 환영하고 트럼프의 결단을 지지한다. 다만 일부 여당 인사도 이번 공습에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의회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력 동원 권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인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으로 "마두로는 끔찍한 인물이지만, 우리는 불법을 또 다른 불법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며 "우리는 미국이 이런 식으로 정권 교체와 국가 건설을 시도할 때 미국인의 피와 돈으로 대가를 치렀다는 것을 수년간 배워왔다"고 비판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또 "의회의 승인도 없이, 후속 조치에 대한 믿을 만한 계획도 없이 군사행동을 개시하는 것은 무모했다"고 트럼프의 군사작전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내게 세 차례나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추진하거나 군사 행동을 할 계획이 없다고 확언했다. 그들은 미국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는 말로 행정부의 독단적 공격을 지적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크 워너 상원의원도 이번 일이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범죄 혐의로 외국 지도자를 체포하려 군사력을 사용할 권리를 주장한다면, 중국이 대만 지도부에 대해 같은 권한을 주장할 때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같은 권리를 주장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선을 넘으면 세계적 혼란을 억제해 온 규칙들이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며, 권위주의 정권들이 가장 먼저 이를 악용할 것이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같은 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NBC와의 인터뷰로 "단순한 마약 단속 작전이 아니었다. 전쟁 행위였다"며 "따라서 이는 군사 행동이었으며, 헌법에 따라 전쟁 선포 및 이와 관련한 행동을 승인할 권한은 오직 의회에만 있다. 우리는 워싱턴DC로 돌아가면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추가 군사 조처가 없도록 보장하기 위한 입법 조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뉴욕주 그레고리 W. 믹스 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며 "그는 의회에 완전히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를 비롯해 플로리다 남부 보수층, 그리고 마가(MAGA, 미국을 위대하게) 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대부분 트럼프 지지 발언을 쏟아냈다.
존 툰 상원 원내대표는 "법무부의 유효한 영장 집행"이라고 주장했고 상원 정보위원장인 톰 코튼 의원은 이번 작전을 1989년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축출한 침공 작전에 비유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친미적이면서도 안정과 질서, 번영에 기여할 미래 베네수엘라 정부"라고 두둔했다. 하원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은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린다고 믿는다"며 "체포영장이 발부된 악당을 법의 심판대로 끌고 왔다"고 말했다. 쿠바 출신의 공화당 하원의원 카를로스 히메네스는 트럼프의 이번 작전이 "이 반구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에 비견될 만한 사건"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트럼프의 마가 지지자이자 팟캐스트 '워룸' 진행자인 스티브 배넌은 이 작전을 "대담하고 훌륭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의회와 소통하지 않고 군사력을 해외에 동원한 절차적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공화당 의원도 일부 있었다. 유타주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 마이크 리는 "전쟁 선포나 군사력 사용 승인이 없는 상황에서 이 조치를 헌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추가 군사 행동을 저지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랜드 폴 의원은 대통령 권한에 제한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인은 물론 미국인 중에서도 마두로가 권좌에서 물러난 것을 슬퍼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건국자들이 의회의 승인 없이는 행정부가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권한을 제한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의 참혹함을 줄이고 전쟁을 방어 행위로만 한정하기 위함"이라는 말로 트럼프의 기습 작전을 우회 비판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통치 시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의원도 있었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의원(펜실페이니아주)은 "미국이 통치할 유일한 나라는 미국뿐"이라고 말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 베네수엘라를 베네수엘라 국민의 손에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였으나 현재는 갈등 관계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주)은 "미국인들은 군 침략과 해외 전쟁 비용을 대는 데 질렸다"며 "마가 지지자들이 끝내려고 투표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우린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편 상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조만간 상정시킬 계획이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슈머 의원은 "이 결의안은 이번 주에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라며 "만약 양원에서 모두 찬성표를 얻어 통과된다면,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더 이상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결의안을 통과시키려면 공동 발의자인 폴 의원 외에도 최소 3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의 지지가 더 필요하다. 앞선 지난해 11월 초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군사공격을 막는 초당적 법안이 상정된 바 있는데, 공화당 주도로 부결된 바 있다. 당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여야 의원들에게 "미국은 이 남미 국가(베네수엘라)를 침공하거나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그렇게 할 경우 큰 위험을 수반할 것"이라는 말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전날 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마두로 축출 작전은 작년 8월부터 시작됐다"고 브리핑하면서 루비오 장관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루비오 장관은 4일 ABC와 인터뷰에서 마두로 축출 작전이 "침략" 아닌 "법 집행 작전"이었기 때문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두로는 '마약 테러' 혐의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뉴욕 검찰에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