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20일. 빙하시대에 존재했던 고대 식물이 꽃을 피웠다. 약 3만년이란 세월을 보낸 후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꽃의 이름은 석죽과 '실레네 스테노필라'. '고대 시간'을 품고 있는 실레네 스테노필라는 지금도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후반 러시아 북동부 시베리아 콜리마 강 유역을 연구하던 러시아 과학자들은 지하 40m, 영하 7도의 동토층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했다. 다람쥐가 굴을 파고 묻어놓은 수천개의 열매와 씨앗들이 썩지 않은 채 보존돼 있던 것이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스베틀라나 야시나와 데이비드 길리친스키가 이끄는 연구팀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을 이용해 열매가 3만1800년 이상 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류가 아직 구석기 시대를 살던 시기다.
연구팀은 씨앗을 직접 발아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얼어붙은 열매 내부 태반 조직을 분리해 무균 상태에서 배양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영하의 동토층에 묻혀 있던 조직은 실험실에서 천천히 해동됐고 배양액 속에서 세포 분열을 시작했다.
이후 흙에 옮겨진 고대 식물은 현대 화분 위에서 꽃을 피웠다. 3만년이나 된 열매에서 꽃이 필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다람쥐 굴이 한 번도 녹지 않고 얼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구팀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재생된 가장 오래된 식물"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전까지 과학자들이 재생에 성공한 고대 식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이스라엘 사해 근처에서 발견된 2000년 전의 야자과 식물이다.
실레네 스테노필라는 현재도 시베리아 일부 지역에 자생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된 개체는 마지막 빙하기 환경에서 자란 '고대 개체'였다.
연구진은 고대 개체와 현대 개체를 비교했다. 흥미롭게도 꽃의 형태와 번식 특성에서 미묘한 차이가 발견됐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식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왔음을 보여주는 단서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과거 식물이 살던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여러 형태의 고대 식물이 앞으로도 영구 동토층에서 발견 및 재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연구팀 연구 결과는 단순한 과학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영구동토층은 지구 기후의 저장고이자 과거 생태계 타임캡슐이다. 기후변화로 동토층이 녹고 있는 지금 우리는 과거 생명의 흔적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