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주택난 해법을 두고 이례적으로 초당적 접점을 만들었다. 공화당은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민주당은 저소득층 주거지원과 기업형 집주인 견제를 강조하며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맞서왔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낮은 거래량에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서민들이 집을 사기도, 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여야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물이 '21세기 주택법(21st Century ROAD to Housing Act)'이다. 상원에서 찬성 89표, 반대 10표로 가결됐다.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월스트리트의 메인스트리트 주택 구매자와의 경쟁 차단(Stopping Wall Street From Competing With Main Street Homebuyers)' 행정명령이 신호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가 미국의 주거지를 주식처럼 거래하는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로,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주택시장 내 대형 기관투자자의 반경쟁적 활동을 조사하도록 지시하고 의회에 입법을 요청했다. 2월 24일 국정연설에서도 주택 가격 부담 문제를 언급하며 입법을 촉구했다.
극도로 양극화된 미국 정치에서 트럼프와 민주당이 한 법안에 협력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연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법안이 압도적 지지로 상원을 통과한 것은 주택 문제가 공화·민주 양당 모두에게 정치적 생존을 위한 '연대'를 강요할 만큼 시급한 사안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합심할 정도로 위태로운 미국 주택시장 현황을 짚어보고, 새로운 주택법을 둘러싼 공급 확대와 기관투자자 규제 논쟁을 분석한다.
미국 주택시장은 거래량이 30여 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음에도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갇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상황을 '동결시장(Frozen Market)'이라고 표현했다. 팬데믹 기간 낮은 금리로 주택을 산 기존 소유자들은 높은 금리 환경에서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새 집을 사려면 더 비싼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물 부족은 가격을 지지하고, 높은 가격과 높은 모기지 금리는 신규 구매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실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미국 기존주택 판매량은 연율 기준 약 406만 건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터진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 2024~2025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중간 기존주택 가격은 41만4400달러로 전년보다 1.7% 올랐다.
미국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이 2026년 1분기 발간한 '구매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중간 주택가격 42만6747달러에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 약 6.1%,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TI) 28%를 적용했을 때 중간 주택을 감당하려면 연소득 약 11만1000달러가 필요하다. 일반 중산층 가구가 단독주택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매매뿐 아니라 임대시장도 압박받아 왔다. 하버드 주택연구센터가 2026년 3월 발표한 '미국의 임대주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임차가구 중 2270만 가구가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공과금 등 주거비로 지출했다. 이 중 1210만 가구는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썼다. 주택정책에서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쓰면 '주거비 부담 가구', 50% 이상이면 '심각한 주거비 부담 가구'로 분류된다. 주거비 압박이 소득 수준과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면서, 의회는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미국 단독주택 임대시장은 원래 소규모 개인 집주인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구조가 바뀌었다. 수백만 명의 주택 소유자가 모기지를 갚지 못해 집을 잃었고, 압류주택이 대량으로 시장에 나왔다.
이때 대형 사모펀드와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들어왔다. 블랙스톤은 2012년 단독주택 임대 플랫폼 인비테이션홈스(Invitation Homes)를 설립해 압류 단독주택을 대규모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블랙스톤의 인비테이션홈스는 사상 최초의 '단독주택 임대 증권화' 상품을 출시했다. 임대 수익을 담보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금융상품으로, 약 3200채를 4억7900만 달러 규모로 증권화했다. 이를 목격한 다른 기관들도 리츠(REITs)를 만들어 압류주택 묶음을 사기 위한 자금 모집에 나섰다. WSJ에 따르면 2013년 중반까지 사모펀드들은 단독주택 부동산에 거의 200억 달러를 조달하거나 지출했고, 10만 채 이상의 집이 기관투자자들의 손에 들어갔다.
블랙스톤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규제 찬성론자들은 사모펀드가 첫 주택 구매자의 기회를 빼앗았다고 지적한다. 현금 동원력이 큰 투자자가 중저가 단독주택을 대량 매입하면, 모기지 승인을 기다리는 일반 가구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정치적으로 더 취약한 지점은 주거환경 악화다. 금융기관들이 주택을 수익증권처럼 취급하면서 유지·보수 인력은 줄이고 임대료는 높여 세입자들의 삶을 옥죈다는 지적이 의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샌퍼난도 밸리에 2006년부터 살았던 채드 엘링우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조명했다. 엘링우드는 2012년 집주인이 바뀐 뒤 매번 다른 이름의 유한책임회사(LLC)에 임대료를 내야 했고, 청구서에는 각종 명목의 추가 비용이 계속 붙었다. 비용을 제때 내지 못하면 즉각 퇴거 통지서에 연체 수수료, 법률비 청구까지 더해졌다. 그는 "비용은 늘지만 삶은 편리해지지 않았고, 집은 점점 무너져 갔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업계와 일부 주택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가 방치된 주택을 수리해 임대 공급을 늘렸고,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지역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했다고 반박한다.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2026년 3월 공개한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임대 투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4년 6개 대도시권을 조사한 결과 기관투자자 보유 비중은 전체 단독주택 기준 1~3%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임대시장에서는 집중도가 높았다. 잭슨빌 22%, 피닉스 13%, 내슈빌 13%, 댈러스 9%, 신시내티 8%, 시애틀 4% 순으로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특정 지역 임대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가 주택 가격과 공급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원을 통과한 '21세기 주택법'은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렌 의원과 공화당 팀 스콧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상원에 계류 중이던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기회 갱신 주택법(ROAD to Housing Act of 2025)'과 앞서 하원을 통과한 '21세기를 위한 주택법(Housing for the 21st Century Act)'의 주요 항목을 병합한 버전이다. 주택공급 확대, 인허가 및 규제 개선, 저렴주택 보존, 농촌주택 지원, 제조주택·모듈러 주택 활성화, 주택금융 접근성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지방정부가 지역개발보조금(CDBG)을 신규 주택 건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과거에는 이 보조금이 주로 기존 주택 개보수나 지역사회 개발사업에 사용됐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에서도 민간자본과의 협력을 쉽게 하는 방향의 규제 완화가 포함됐다. 제조주택과 모듈러 주택에 대한 연방 표준을 현대화하고 금융 접근성을 개선해 저가형 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 설치하는 모듈러 주택은 건설비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허가와 환경심사 절차도 간소화 대상이다. 소규모 주택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 심사를 줄이고, 주택도시개발부(HUD)·농무부(USDA)·보훈부(VA) 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중복 절차를 정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화당은 이 부분을 법안의 핵심 성과로 본다. 정부 보조금보다 규제 완화와 민간 공급 확대가 가격 안정의 근본 해법이라는 논리다.
반면 하원안에 포함됐던 지역은행·신용조합 규제완화 항목은 상원안에서 빠졌다. 공화당은 지역 금융기관이 주택 건설 자금을 공급하려면 규제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주택난을 빌미로 한 금융 규제 무력화라고 규정하며 맞서고 있다. 이 조항의 처리 여부가 상하원 최종 협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하원에서 다뤄지지 않은 기관투자자 규제 조항(제901조)이 상원안에 새로 들어가면서 법안 내부의 충돌이 부각됐다. 주택을 더 많이 짓기 위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면서, 동시에 단독주택 시장에 들어오는 대형 자본은 제한하겠다는 두 방향이 한 법안 안에 공존한다. 부동산업계는 공급 확대와 자본 규제라는 두 목표가 충돌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모순이 이 법안의 가장 뜨거운 쟁점인 제901조 논쟁으로 이어진다.
현재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하원으로 돌아갔으며, 하원이 상원안을 수용하거나 양원협의회에서 최종 문안을 조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상원안의 가장 논쟁적인 조항은 제901조다. '주택은 사람을 위한 것이지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Homes Are For People, Not Corporations)'라는 제목을 가진 이 조항은 대형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형 기관투자자는 350채 이상의 단독주택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보유한 영리 법인, 펀드, 파트너십, 유한책임회사(LLC) 등으로 정의해 사실상 금융기관 대부분을 포괄했다. 다만 '350채' 기준은 하원과의 협의 과정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법안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법정 예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한 추가적인 단독주택 매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예외 조건에 따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주택을 취득하더라도 매입 후 7년 이내에 개인 주택 구매자에게 처분해야 하는 의무가 붙는다. 임차인이 거주 중이라면 임대계약 만료 시점까지 매각을 늦출 수 있다. 규정 위반 시에는 위반 건당 최대 100만 달러 또는 매입 가격의 3배 중 더 큰 금액을 민사 벌금으로 부과한다. '매입'의 정의에는 합병, 인수, 건설, 압류, 대량 구매 등 다양한 취득 방식이 포함돼 신축 임대용 단독주택(build-to-rent)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찬성 측은 이 조항을 주택의 금융화를 되돌리는 조치로 본다. 대형 투자자가 중저가 단독주택을 사들여 임대화하면 해당 지역의 매물은 줄고 임차인은 기업형 집주인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택 의제 역시 "월가가 일반 주택 구매자와 경쟁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포퓰리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택 소유는 미국 보수정치에서 가족, 자립, 중산층 형성의 상징이다. 월가 자본이 이를 침식한다는 프레임은 공화당 유권자에게도 호소력이 있다.
반대 측은 이 조항이 공급 확대라는 법안 본래의 목적을 훼손한다고 본다. 단독주택 임대시장에서 기관투자자는 단순한 투기자가 아니라 공급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이들 기관이 연간 단독주택 임대 건설 자금의 약 62%를 조달하고 있다. 주택 건설업계는 7년이라는 강제 처분 기한이 투자 수익률을 잠식해 신규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주택 건설 협회(NAHB)는 이 조항으로 연간 약 4만 채의 주택 건설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추산했고, 민간 싱크탱크 도시연구소는 그 피해 규모가 7만2000채에 달할 수 있다고 봤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2026년 2월 보고서에서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임대 보유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주택가격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해당 정책은 신규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주택 재고를 임대시장과 자가시장 사이에서 재배분하는 성격이 강하며, 이 과정에서 임차가구의 선택지 축소와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논쟁의 결론은 상하원 최종 협상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현지 언론은 7년 처분 요건이 협상 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제901조는 한국의 다주택자 규제와 표면적으로 닮아 있다. 한국 부동산정책의 주요 타깃이 다주택자, 갭투자자, 법인 매수자였다면, 미국에서는 월가 임대업자와 기관투자자가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규제 방식과 시장 구조가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규제 수단이다. 한국은 세금으로 우회적으로 규제한다. 문재인 정부는 법인의 주택 취득에 12% 취득세를 중과하고, 다주택자에게 8~12%의 중과 체계를 적용했다. 종부세도 대폭 강화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부 완화됐다. 반면 미국의 제901조는 세금이 아니라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직접 소유 제한에 가깝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이례적인 시장개입이다.
한국의 규제 효과도 명확하지 않다. 2021년 아파트 가격은 전국 기준 27%, 서울 기준 18% 올랐고, 2022년에는 전국 -3%, 서울 -2.9%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 움직임을 세금 규제의 효과로 귀속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리 급등, 대출 규제, 거래 절벽, 경기 둔화 등 다른 변수의 영향이 더 컸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도 금리와 대출 규제, 서울 선호 현상이 가격을 더 크게 움직였고 지역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많다.
리츠(REITs) 구조도 다르다. 미국에서는 2010년대 이후 기관투자자가 대량의 압류주택을 묶으면서 단독주택 임대시장의 주요 공급자로 자리잡았다. 반면 한국의 임대주택 리츠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도로 LH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구조다. 일부 민간자본이 결합된 리츠 임대아파트는 임차인이 지분 일부를 취득해 월세 부담을 줄이고 매각 차익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미국의 기관투자자 주도 임대시장과는 출발점과 성격이 다르다.
결국 두 나라가 공유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 딜레마다. 투기성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명분은 강하지만, 그 수요가 동시에 임대 공급의 일부를 담당해 왔다는 현실이 정책의 발목을 잡는다. 과거 한국이 세금으로 이 딜레마를 풀려다 엇갈린 결과를 낳았다면, 미국은 직접 규제로 같은 딜레마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열려 있다. 다만 한국의 경험은 최소한 하나의 교훈을 남긴다. 수요 억제만으로는 주거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