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각각 베트남 전쟁, 한국 전쟁과 비슷한 방식으로 종식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드온 로즈 미국외교협회(CFR) 비상근 선임연구원은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이란은 베트남, 우크라이나는 한국(Iran as Vietnam, Ukraine as Korea)'에서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역사적 구조와 맥락에 비춰볼 때 그 결말은 각각 베트남전과 한국전쟁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로즈 연구원은 먼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을 베트남전과 비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짧은 시간 안에 과거 린든 B. 존슨 행정부와 리처드 닉슨 행정부가 베트남전에서 겪었던 과정을 압축적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슨 대통령은 초기에는 제한적 지원에 머물렀지만, 이후 폭격과 지상군 투입으로 개입을 확대했다. 그러나 북베트남은 미국 참전에도 굴복하지 않았고, 전쟁은 막대한 인명 피해와 미국 내 정치 혼란을 초래했다. 결국 미국은 승리를 확신하지 못한 채 출구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로즈 연구원은 닉슨 행정부의 '미치광이 이론'에도 주목했다. 당시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베트남이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두려워하면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닉슨은 자신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북베트남이 믿는다면 곧바로 "평화를 구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 역시 적에 대한 '잔혹하고 가혹한 타격' 계획을 지시했고, 양보하지 않을 경우 공격하겠다는 최후통첩까지 보냈다. 그러나 북베트남은 이를 무시했고, 미국은 예고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다. 결국 이러한 '미치광이식 접근'은 통하지 않았고, 미국은 점진적 철수와 불완전한 평화협정으로 전쟁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전쟁 초반 이란 핵 프로그램과 군사 능력에 큰 타격을 줬지만 정권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지역을 압박하며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줬고 전쟁은 예상보다 복잡한 장기전으로 흘러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위협에도 협상에서 원하는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지속됐다. 로즈 연구원은 "장기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트럼프는 전쟁 비용이 급증하고 국내 지지율마저 급락하는 상황에서 과거 닉슨처럼 체면치레를 할 수 있는 출구를 찾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이란 전쟁이 베트남전처럼 완전한 승패보다는 불안정한 타협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투는 중단되고 해상 운송은 재개될 수 있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과 정권의 운명은 해결되지 않은 채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베트남전 이후 체결된 '파리평화협정'처럼 일부 쟁점은 봉합되더라도 핵심 사안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즈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전쟁과 더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전쟁 동기 측면에서 1950년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듯, 2022년 러시아도 영토를 되찾겠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전쟁 양상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한국전쟁 초반 북한군은 빠르게 남하했지만,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이후 전세가 뒤집혔다. 이후 중국군 개입으로 전쟁 양상은 다시 바뀌었고, 전선은 38도선 부근에서 장기 교착 상태에 들어갔다. 이와 유사하게 우크라이나 전쟁도 러시아는 침공 초기 수도 키이우 목전까지 진격했지만, 미국과 서방의 지원으로 전황이 바뀌었다. 이후 동부와 남부 전선이 교착되면서 전쟁은 장기 소모전으로 전환됐다.
로즈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도 한국전쟁처럼 현재 교착된 전선을 기준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미 수십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막대한 전쟁 비용이 투입됐지만, 추가로 얻을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전쟁 피로가 누적될수록 휴전 가능성은 커지고, 현재의 교착 상태가 그대로 휴전선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완전한 평화는 아니더라도 한국전쟁처럼 분계선을 중심으로 강력한 감시 체제가 도입되면 추가적인 충돌이 억제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로즈 연구원은 네 전쟁 모두에서 핵 위협이 반복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거나 위협했지만 실제 사용하지 않았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 위협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이란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다만 이러한 전쟁들이 핵 확산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핵 능력을 포기한 뒤 침공을 당했고,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른 국가들에게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맹국 간 갈등도 공통점으로 제시됐다. 참전한 강대국은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만 실제 전쟁 당사자인 약소국은 더 강경한 목표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휴전을 추진했고, 베트남전에서도 남베트남을 협상에 끌어들였다. 로즈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걸프 국가들 역시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비슷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로즈 연구원은 지도자의 오판도 경고했다. 지도자들은 반복적으로 군사력이 빠른 정치적 성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었고, 상대가 오래 버틸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 그러나 전쟁은 일단 시작되면 지도자의 뜻대로 통제되지 않으며 결국 불완전한 타협이나 대규모 희생 끝에 장기 교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쟁에서든 시장에서든 가장 위험한 생각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라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