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하반기 수익성 추가 압박 예상

중동전쟁 장기화로 현대차그룹의 중동 지역 판매가 줄었다. 하반기 하이브리드차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로 대응할 방침이지만 전쟁 여파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이 수익성을 추가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의 올해 1~4월 중동 지역 판매는 4만673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4710대)보다 27.8%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의 글로벌 전체 판매가 102만4146대에서 105만5411대로 3.1% 증가한 걸 고려하면 이 지역에서의 타격이 더 부각된다.
지난 2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사태가 장기화한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기아의 중동 지역 판매는 전년 동월(1만7385대) 대비 8231대로, 지난달에는 1만4370대에서 8163대로 반토막 났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투자설명회(NDR)에서 "중동은 높은 수익성을 제공하는 의미 있는 권역이지만 지정학 리스크로 상당한 물량 타격을 받았다"며 "남미와 아시아 등으로 일부 상쇄했지만 중동보단 수익성이 낮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중동 전쟁 영향으로 사우디 공장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손잡고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 내 CKD(반조립제품) 기반 생산공장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해당 공장은 연간 5만대 규모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함께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4분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지만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안이 확대되면서 공사 일정과 현지 공급망 운영에 부담이 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직원과의 타운홀미팅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짓고 있는 현지 공장 완공이 늦어지고 중동 판매량도 많이 줄었다"며 "전쟁 이후를 대비해 준비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추가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중동전쟁 여파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판매 감소와 원가 압박이 동시에 덮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알루미늄과 귀금속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아의 영업이익에 약 6000억원의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시장 차량 판매를 늘려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미국의 하이브리드차, 유럽의 전기차 수요 증가로 원료 인상 피해를 메울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생산을 시작해 현지 수요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언제 해소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압박까지 더해지고 있어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중동 시장의 경우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기 때문에 다른 주요 시장에서 소위 잘 팔리는 차를 내세워 손실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