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가 사상 초유의 총파업과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공멸의 기로에서 극적으로 타결점을 찾았다. 파업 예정 시한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도출된 이번 잠정 합의안은 막판까지 팽팽했던 '성과급 격차' 조율과 고용노동부의 전방위적 중재가 맞물린 결과다.
24일 정부부처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1시경 노동부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서명된 '2026년 임금협약 및 성과급 잠정 합의서'는 임금 인상과 성과보상 체계의 전면 개편을 골자로 한다.
이번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실적이 부진한 적자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 지급 기준이었다. 노조는 사업부별 과도한 격차 완화를 요구한 반면 사측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무노동·무임금 수준의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고수했다.
평행선은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주선한 막판 자율교섭 테이블에서 사측이 '1년 유예'라는 전향적인 절충안을 내놓으며 극적으로 깨졌다. 합의안에 따르면 당해 회계연도 적자 사업부는 부문 공통 지급률의 60%만 적용받게 되지만 이 기준의 적용 시점을 2027년분으로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즉각적인 페널티를 미룸으로써 노조원들의 심리적 반발을 누른 셈이다.
이번 타결의 이면에는 정부의 긴박한 압박과 중재가 있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1·2차 사후조정이 끝내 결렬되자 정부 내부에서는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이후 21년간 묻혀 있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거론됐다.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라인이 멈출 경우 경제적 타격이 걷잡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만 김 장관은 강제 명령이 초래할 노정 갈등의 파열음을 경계했다.
김 장관은 15~16일 양일간 노사 지도부를 연쇄 회동하며 "자율적 해결이 최선"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데 이어 20일 사후조정 결렬 선언 직후 직접 교섭 테이블을 재차 주선했다. 장관이 직접 주재한 자율 협상에서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며 파업 개시 단 1시간을 남겨두고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완성됐다.
최악의 파국은 면했으나 삼성전자 노사가 마주한 과제는 무겁다. 이번 합의로 인해 사업부 간 보상 양극화와 그에 따른 내부 갈등이라는 해묵은 숙제가 한층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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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DS) 부문 내에서도 호실적을 이끈 메모리사업부와 적자를 기록 중인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간의 예상 수령액 격차가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가동 라인 전반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성과급 개편안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완제품(DX) 부문 직원들의 불만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합의"라는 소외감이 확산되면서 단일 기업 내에서 다원화된 사업 구조를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조직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공은 다시 노동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비롯한 공동투쟁본부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의결권이 있는 조합원 과반수가 참여하고 그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법적 단체협약의 효력을 갖는다. 적자 사업부, DX 부문 일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부결 후 재협상'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 5개월간 이어진 삼성전자 노사 잔혹사가 이번 주말 최종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왼쪽부터)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5.20. /사진=뉴시스](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2213071253146_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