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새로운 일본 인도·태펴양 전략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 전략)'이 경제 안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가능성 등으로 희토류 공급망 확보를 인태 전략의 핵심 과제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일본 다카이치 정부가 추진하는 인태 전략을 짚어보고 한국의 시사점을 살펴봤다.
지난 19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에너지·핵심 광물 공급망 등에서 한국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 규제에 나서는 등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진화'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10주년을 맞은 일본의 인태 전략이 향후 에너지와 핵심 물자 공급망 강화, 인공지능(AI)∙데이터 시대의 경제 인프라 구축, 안보 협력 확대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대외정책의 핵심 개념인 인태 전략은 아베 신조 전 총리 2기 정부 때 시작됐다. 당시 인태 전략은 중국의 남·동중국해 진출, 일대일로 확대, 해양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했다. 일본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우방국과의 다자 협력 틀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자 했다. 이 시기 인태 전략은 자유, 법치, 항행의 자유, 자유무역 등을 중심으로 규칙 기반 질서를 수호하려는 가치·규범 중심의 외교안보 전략이었다.
이어 기시다 후미오 총리 시기엔 좀더 실용적인 협력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기존 원칙들은 계승하면서도 기후변화, 보건, 디지털 협력 등 비전통적 안보 이슈까지 포함해 아세안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개발도상국) 등 더 많은 국가를 규칙 기반 질서에 참여시킨다는 포용적 접근이었다.
이번에 제시된 다카이치판 인태 전략은 경제 안보의 성격을 전면화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질서는 규범과 가치만으로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 변수도 달라졌다. 과거 일본이 우려한 중국 리스크가 주로 해양 진출과 군사적 팽창이었다면 이젠 희토류와 핵심광물, 에너지 공급망 등으로 확장됐다.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한다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로 대응하면서 자원 무기화 가능성은 더욱 부각됐다. 희토류 공급망이 흔들리면 자동차, 전자, 반도체, 방산, AI 인프라까지 영향을 받게 되고 일본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인태 전략은 기존 대중국 견제를 유지하되 대응 방식이 변화했다. 기존에는 해양 안보와 외교 안보가 중심축이었다면 다카이치판 인태 전략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경제 안보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이기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시대의 인태 전략은 중국의 핵심 광물(희토류 포함)을 무기화한 '위압'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구축과 우호국과의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현재 핵심 광물과 제련 부문까지 중국의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인태 전략은 당장의 가시적 성과보다는 점진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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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AP/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일본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4일(현지 시간) 호주 캔버라 의사당에서 '경제 안보 협력에 관한 공동 선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2026.05.04.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2115342476694_2.jpg)
일본의 인태 지역 중심 희토류 전략은 공급망의 단계별 병목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원료 확보 단계의 핵심 파트너는 호주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호주의 희토류 매장량은 570만 톤(세계 4위) 수준이다. 일본은 이미 2011년에 호주 희토류 업체인 라이너스(Lynas)에 출자·융자를 제공하며 마운트웰트(Mount Weld) 광산을 기반으로 한 공급망 구축을 시작했다. 당시 라이너스는 연 8500톤 안팎의 희토류 제품을 일본에 공급함으로써 90% 수준이던 대중 희토류 의존도를 60% 수준까지 낮추는데 기여했다. 최근 일본은 라이너스와 2038년까지 공급 계약을 연장헀고, 호주 정부가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핵심광물 프로젝트에 약 13억 호주달러(약 1조 3700억 원)를 지원하는 등 장기적 공급 기반을 강화했다.
정제·분리 단계는 말레이시아를 통해 병목을 해결한다. 채굴한 희토류 원광을 산업에 투입 가능한 화합물·금속 형태로 분리하고 정제하는 과정은 기술 난이도가 높고 환경 부담도 커 희토류 공급망의 가장 큰 병목으로 꼽힌다. 라이너스가 채굴한 원료를 말레이시아의 정제·분리 시설로 보내 희토류 화합물 형태로 가공하고 일본은 이를 수입해 자국의 소재∙부품 기업의 영구자석 제조 공정에 투입하는 구조를 갖췄다.
베트남도 일본 희토류 전략의 주요 축이다. 베트남은 2024년 기준 일본 희토류 금속 수입의 약 32%를 차지하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단순한 원료 후보지가 아니라 금속화 단계까지 연결된 공급망 경로로 기능한다는 평가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미국이 추진하는 핵심광물 공급망 협정에 100% 공조를 취하면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지만 핵심 광물까지 포함한 다자간 공급망이 일단 구축된다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희토류 공급망 전략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희토류 공급망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희토류 확보 전략에서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의 역할을 강조한다. JOGMEC은 2004년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을 담당하던 석유공단과 광물자원 개발을 담당하던 금속광업사업단이 통합해 출범한 정부 기관이다. 일본 종합상사의 해외 자원 개발 초기 리스크를 보증함으로써 희토류를 포함한 해외 자원 확보와 개발을 지원한다. 호주의 라이너스 투자 시 초기 지분 출자와 융자를 담당한 것도 JOGMEC이었다.
반면 한국은 공공 부문의 해외 자원 개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 개발 실패의 여파로 한광해광업공단의 해외 직접 투자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현재 개별 기업 차원에서 희토류 개발이나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대규모 투자나 지분 확보,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장기 물량 사전 계약) 등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올해 산업통상부는 법 개정을 통해 광해광업공단의 해외 직접 투자 기능을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 희토류 사업 성과가 미진한 것은 광해광업공단의 기능이 정상화 되지 못한 이유가 크다"면서 "결국 일본의 JOGMEC 사례처럼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예산이 뒷받침 돼야 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도 강화돼야 희토류 공급망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