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로봇 개발 속도가 이미 30~40배 벌어지고 있다." (마이크 닐슨 리얼센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2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로보틱스 서밋 & 엑스포 2026'의 기조연설과 토론 현장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를 관통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가 중국 휴머노이드 생태계의 무서운 발전속도였다.
이번 서밋은 로봇기업들이 기술력을 선보이고 난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 위해 시작된 민간 행사다. 뿐만 아니라 미중 양국이 차세대 로봇 제조업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대항전이자 전략적 인프라 대결을 벌이고 있음을 확인하는 현장이었다.
글로벌 로봇 비전 시장의 핵심 공급사인 리얼센스의 진단은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닐슨 CMO는 미중 로봇 개발 프로세스의 결정적 차이로 '위험 허용 수준'을 꼽았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제조사들은 작업자 안전, 법적 책임, 완벽한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계 루프를 극도로 신중하게 돌리지만 중국 기업들은 위험 허용 수준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다"고 전했다.
중국은 일단 구동이 가능한 수준의 로봇을 가혹한 대규모 실제 현장에 투입한 뒤 시행착오와 에러 데이터를 확보해 기술을 빠르게 개량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과 거대한 내수 제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대량 군집 운용' 테스트를 국가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완벽한 로봇 1대를 완성하기보다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수백대의 로봇을 공장과 물류센터에 깔아 규모의 경제와 물리적 AI 데이터를 동시에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서밋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AI 시대의 로봇은 결국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동적 데이터를 먹고 자라느냐가 성능을 가르는 본질"이라며 "중국이 특유의 속도전과 대규모 실전 실험을 통해 데이터 확보 임계점을 먼저 돌파할 경우 하드웨어 단가뿐 아니라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물리 AI 모델의 주도권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은 글로벌 표준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대량 생산과 데이터 독점으로 시장을 교란하기 전에 글로벌 대기업들이 안심하고 지갑을 열 수 있는 표준과 안전 인증을 선제적으로 정립해 산업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기조토론자로 나선 글로벌 비영리 표준화 기구 ASTM 인터내셔널의 애런 프레이터 총괄은 "아마존, 현대차 등 대기업 고객들이 로봇을 대량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객관적인 성능 메트릭(지표)과 안전 인증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무분별한 난립을 막고 시장의 건전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업계 리더들과 함께 '휴머노이드 전용 안전 표준 초안'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인은 표준화로 대량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미국 노동부 등 규제당국이 칼을 빼들기 전에 민간 주도의 글로벌 기술 표준을 세운다는 의미가 있다. 표준이라는 '기술방패'를 통해 중국산 로봇의 무분별한 서구권 시장 진입을 통제하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분야의 미중 격돌이 단순한 기술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글로벌 산업 지형을 바꿀 차세대 제조업 패권을 누가 쥐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미국 의회가 중국산 로봇과 부품을 정부 조달에서 원천 배제하는 '미국 안보 로보틱스 법안'을 발의하면서 중국 견제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로봇시장 규모가 2028년 170억달러에서 2035년 37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 전망 연구기관 리씽크엑스는 20만달러짜리 휴머노이드를 2만 시간 사용 후 폐기할 경우 시간당 비용이 2035년 1달러, 2040년에는 0.1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패권 전쟁은 향후 5년 안에 전 세계 스마트 팩토리와 공급망의 공급 주체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