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번 돈, 국민에게 돌려줄까"...미국서 불붙은 AI과세 논쟁

김하늬 기자
2026.06.21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미국 정부의 AI세금 징수 이미지/사진=제미나이 생성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산업에 새로운 세금을 매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단순히 AI 관련 기업에 대한 과세를 넘어, AI가 창출하는 막대한 부, 노동 대체로 인한 세수 기반 약화, 데이터센터가 유발하는 전력·수자원 부담, 그리고 기술의 과실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라는 사회계약 문제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AI 과세 논의는 2017년 빌 게이츠가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계기가 됐다. 당시 초점은 제조업 자동화였다. 2023년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논의의 성격이 달라졌다. AI가 사무직과 전문직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 정계와 학계에서는 노동세 기반을 대체할 새로운 조세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술 혁명이 사회의 기본적인 경제 계약을 재협상하도록 강요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이 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 논의에 뛰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국민이 AI의 성공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닷새 뒤인 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리는 대중에게 무언가를 돌려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부유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AI로 창출된 부를 공공 영역에서 환수해 배당금 등의 형태로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된다고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미국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다양한 AI 세금안을 포함해 AI로 창출된 부를 재분배하는 방안을 분석하고 쟁점과 해결과제를 짚어봤다.

불붙은 AI 세금 논의...왜 지금인가?

2025년 5월 AI 개발사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5년 내 신입 사무직 일자리 절반이 사라지고 실업률이 10~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내 경제적 이해와는 반대되지만, AI 모델이 매출을 낼 때마다 3%를 정부에 귀속시키는 '토큰세'가 합리적"이라고도 말했다. AI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만큼 그 일부를 정부가 회수해 재분배해야 한다는 취지다.

2025년 7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인 팟캐스트와 힐앤밸리 포럼이 공동 주최한 "인공지능 경쟁에서 승리하기"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행정명령을 보여주고 있다. 이 행사는 워싱턴 D.C.의 앤드류 W. 멜론 강당에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 행동 계획과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AFPBBNews=뉴스1

AI 업체가 먼저 세금을 자처한 이 장면은, 현재 미국 내 AI 과세 논의의 복잡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수록, 노동소득에 크게 의존해 온 미국의 조세 구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브루킹스연구소가 올해 초 발표한 공공재정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연방 세수의 약 4분의 3이 노동소득에서 나오며 급여세가 36%, 개인소득세가 49%를 차지한다.

세수 구조를 보면 문제의식은 더 분명해진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2026회계연도 연방정부의 급여세 수입을 1조 8000억 달러, 법인세 수입을 4040억 달러로 전망했다. 급여세가 법인세의 약 4.5배다. 노동소득이 줄어들고 그 몫이 기업 이익이나 주가 상승으로 이동할 경우, 정부가 복지·연금·공공서비스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AI는 그 노동 기반을 흔들 수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는 2023년 7월 '미국의 생성형 AI와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생성형 AI와 기존 자동화 기술을 함께 고려할 경우 2030년까지 미국 경제 전체 노동시간의 최대 30%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도 같은 해 '인공지능이 경제성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전 세계적으로 전일제 일자리 3억 개 상당의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노동을 대체한 AI에 세금을 매기자는 주장

가장 오래된 해법은 로봇세다. 2017년 빌 게이츠는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한다. 공장에서 5만 달러짜리 일을 하는 인간 노동자는 소득세와 사회보장세를 낸다. 로봇이 같은 일을 한다면 비슷한 수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며 자동화 설비나 AI 시스템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가 확산하면서 이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이 과정에서 AI 확산이 경제성장을 이끌더라도 각국 정부의 세수 기반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윈드폴 트러스트는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AI가 노동자를 대체할 때 해당 소득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임금에서 이윤으로 이전되며,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자본소득으로 옮겨간다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지목했다.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CEO인 마사요시 손(가운데)과 오라클 최고경영자 래리 엘리슨(오른쪽)이 2025년 1월 21일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오픈 AI CEO 샘 알트만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특히 AI로 발생한 이윤이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에 귀속될 경우 개별 국가 정부가 해당 소득에 과세할 권한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윈드폴 트러스트는 "이 같은 구조에서는 생산성 향상과 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복지·연금·공공서비스 재원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세수는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업계도 이 문제의식에 동참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최근 '인공지능 시대의 산업 정책'을 통해 "AI가 노동세 기반을 약화할 경우 자본수익·법인소득·자동화 노동과 관련된 새로운 조세 기반"을 탐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 세수 기반의 약화를 인정하며,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노동력을 AI로 대체할 때 발생하는 이익을 사회적 복지 재원으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 논의를 복지 재원으로 연결한다. 샌더스는 노동을 AI로 대체하는 기업으로부터 로봇세를 걷고, 이를 실업급여·재교육·노동자 지원에 쓰자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로봇과 AI를 세법상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고, 자동화세가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며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챗봇 고객센터는 상담원을 대체한 것인가, 상담원의 반복 업무를 줄인 것인가. 로봇 배송은 배달 노동을 없앤 것인가, 배송 수요를 늘린 것인가. 알고리즘 회계 프로그램은 회계사를 대체한 것인가, 회계사의 생산성을 높인 것인가. 세법은 경계선을 요구하지만 AI는 범용 기술이다. 경계가 흐릿할수록 과세는 자의적이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로봇세를 하나의 세금으로 보지 않는다. 로봇 배송·AI 고객서비스 같은 서비스 자체에 붙이는 '로봇 서비스세'와 로봇이나 AI 자본재 보유 자체에 부과하는 '로봇 소유·운영세'를 구분해야 한다는 접근이다.

AI 기업과 자본에 세금을 매기자는 주장

AI 기업의 이익에 직접 과세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브라이언 샤츠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 로이터=뉴스1

민주당 소속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AI 기업 매출에 누진적·비공제 소비세를 부과해 노동자 재훈련 재원으로 쓰자는 구상을 제시했다. 대형 AI 기업이 막대한 인프라 비용과 연구개발(R&D) 공제를 통해 실제 법인세 부담을 최소화한 점을 문제로 삼은 것이다. AI 기업이 커질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세금을 비용으로 공제하지 못하게 해 실질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다.

자본소득 과세 강화론도 힘을 얻는다. AI 기업의 이익이 주가 상승과 자본이득으로 집중되는 현실에서, 법인세보다 자본소득세·부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픈AI 초기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창립자는 지난 11일 FT와의 인터뷰에서 AI가 노동자로부터 부와 권력을 빼앗는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이득 형태로 기술이 창출하는 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이러한 전환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방식은 행정적으로 단순해 보인다. AI 기업의 매출을 보고 세금을 매기면 된다. 그러나 곧바로 정의 문제가 생긴다. 오픈AI나 앤트로픽처럼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기업만 포함할지, 클라우드 사업자와 반도체 기업도 포함할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이 AI 기능을 붙인 경우 어느 매출까지 AI 매출로 볼지 불분명하다. 세금이 너무 넓으면 산업 전반의 비용을 높이고, 너무 좁으면 실제 수혜 기업을 비껴갈 수 있다.

AI 사용자에게 세금을 매기자는 주장

세 번째 방식은 AI 사용량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대표적 아이디어가 토큰세다.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마다, 또는 모델이 처리하는 토큰·데이터 단위마다 세금을 걷자는 구상이다.

2025년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의 인공지능(AI) 세션에서 앤트로픽(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청중에게 연설하며 손짓하고 있다. 클로드(Claude) 인공지능 모델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2026년 6월 9일, 자사 기술의 가장 강력한 버전을 일반에 공개했지만, 민감한 영역에서의 사용은 제한했다. 페이블 5(Fable 5)로 명명된 이 모델은 앤트로픽의 최첨단 AI 기술 라인업인 미소스(Mythos) 계열 중 처음으로 널리 공개된 모델이다. 미소스 계열은 4월에 공개되었지만 사이버 보안 문제로 사용이 제한되었다. /AFPBBNews=뉴스1

이 방식은 노동을 실제로 대체했는지 따지지 않고 AI 사용량 자체를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과세 지점이 문제다. 최종 사용자에게 부과하면 소비세처럼 작동하지만, 기업 간 거래(B2B)에 부과하면 생산 단계마다 세금이 누적되는 문제가 생긴다. AI 번역, 코딩 보조, 고객 응대, 법률 검토, 신약 개발처럼 여러 단계에서 AI가 쓰이면 세금은 중첩된다. 그 부담은 최종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서비스세도 유사한 접근이다. 챗봇 구독료, 이미지 생성 서비스 이용료, 기업용 AI API 사용료, AI 기반 문서·코딩·분석 도구 이용료 등에 소비세를 붙이는 방식이다. 시카고는 이른바 '클라우드세'를 통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SaaS, 원격 서버 이용, 데이터 처리 서비스를 과세 대상으로 보고 있다. 물리적 장비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원격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기능을 빌려 쓰는 거래로 간주하는 구조다. 이러한 논리를 AI 서비스에 적용하면 구독형·사용량 기반 AI 서비스 전반에 세금을 붙일 수 있다.

다만 이는 AI 기업의 초과이윤이나 자본소득을 직접 환수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이용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AI 경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과세 기반을 확보하는 현실적 방안으로 거론된다.

브루킹스연구소는 토큰세 논의와 관련, 미국에는 부가가치세(VAT)가 없어 AI 소비세 도입은 정치적으로 복잡하지만, 전 세계적 조세 흐름을 고려할 때 논의의 확장성은 크다고 언급했다. 기술혁신재단(ITIF)은 컴퓨트세가 제약 개발, 기상 예측, 사기 탐지 등 AI 활용 산업의 비용을 높이고 미국의 AI 리더십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장의 논리와, 기술의 수혜를 공적으로 환수하려는 정책적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에 세금을 매기자는 주장

가장 빠르게 현실화되는 영역은 AI 인프라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물, 송전망, 토지, 지역 전기요금에 부담을 준다. 그래서 조세 논의도 추상적 로봇세보다 먼저 지방정부 의제로 올라왔다.

2026년 4월 14일: 폐쇄형 냉각 시스템을 갖춘 33메가와트급 데이터 센터(C)의 항공 사진.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데이터 센터 건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AFPBBNews=뉴스1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415TWh의 전력을 소비해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를 차지했다고 추산했다. 2030년에는 약 945TWh까지 늘 수 있다고 봤다. 미국에서는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23년 176TWh였고, 2028년에는 최대 580TWh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LBNL은 현재 미국에서 전력망 접속 승인을 기다리는 발전·에너지저장 프로젝트 규모가 2290GW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전체 발전설비의 두 배 수준으로, 단순한 전력 수요 문제가 아니다. 누가 송전망을 증설하고, 누가 발전 비용을 부담하며, 누가 물 사용과 냉각 비용을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로 연결된다. 주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전미주의회협의회(NCSL)의 6월 통계에 따르면 14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개발 금지 또는 유예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자원 사용에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기존 세제 혜택을 줄이자는 논의도 주·지방정부 차원에서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주는 전력요금이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20MW 이상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 1년간 유예 조치를 시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오클라호마는 전력 부하가 큰 데이터센터에 대해 2029년 11월까지 모라토리엄을 적용하고 전기요금·수자원·부동산 가치 영향을 연구할 예정이다. 조지아는 데이터센터 세액공제를 포함한 모든 세액공제를 폐지해 그 재원으로 개인소득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데이터센터는 이미 재산세, 전기요금, 법인세, 고용을 통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추가 부담금은 클라우드 비용을 높여 AI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이 인터넷 인프라 확충, 고임금 일자리, 지방세 수입, 미국의 AI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6년 5월 23일: 시위대가 유타 주 의사당 앞에서 박스 엘더 카운티에 건설될 예정인 스트라토스 데이터 센터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계획된 데이터 센터는 약 4만 에이커(약 16,000㎢) 규모로, 9기가와트(GW)의 전력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AFPBBNews=뉴스1
세금이 아니라 공공지분을 요구하는 주장

논의는 세금을 넘어 공공지분과 국부펀드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는 조세라기보다 소유권 재분배에 가깝다.

6월1일 뉴욕타임스에 공개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AI는 공공재다. 당신은 절반의 권리가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샌더스 상원의원은 '미국 AI 국부펀드법(American AI Sovereign Wealth Fund Act)' 구상을 공개하고, 오픈AI·앤트로픽 등 대형 AI 기업 주식에 1회성 50% 세금을 부과해 공공펀드에 편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펀드는 독립위원회가 운용하며, 샌더스는 이를 통해 약 7조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국민 배당, 보건, 교육, 주거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논의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AI 연구소들과 지분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미국 국민과의 파트너십"이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AI 기업의 지분 일부를 확보해 수익을 국민과 공유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양측의 동기는 다르다. 샌더스는 부의 재분배와 공익적 통제를, 트럼프는 국가 안보와 전략산업 투자에 무게를 둔다. 자유시장론자들은 정부 지분 참여가 경쟁 왜곡과 규제 포획을 부를 수 있다고 반발한다.

오픈AI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내놨다. 오픈AI는 금융시장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AI 기반 경제 성장에 대한 지분을 제공하는 공공 자산 펀드 설립을 제안했다. 이 펀드는 AI 기업뿐 아니라 AI를 채택·활용하는 광범위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고, 수익을 시민에게 배분한다는 구상이다.

공공지분 모델은 알래스카 영구기금과 닮았다. 천연자원 개발 수익을 공공기금에 넣고 주민에게 배당하듯, AI 성장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리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법적·정치적 쟁점은 세금보다 크다. 상장을 앞두거나 비상장 상태인 AI 기업 주식을 어떤 가치로 평가할지, 기존 주주의 재산권을 어떻게 조정할지, 정부가 기업 의사결정에 어디까지 관여할지 기준이 모호하다.

현실적 제약과 전망

결국 AI 과세 논의가 어려운 이유는 각 제안이 겨냥하는 문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로봇세는 노동시장 충격에 대응한다. 자본세는 부의 집중을 겨냥한다. 토큰세는 사용량을 포착하려 한다. 데이터센터세는 지역 인프라 비용을 회수하려 한다. 국부펀드는 세금이 아니라 소유권 배분을 바꾸려 한다. 하나의 'AI세'로 묶기에는 목표와 대상, 부작용이 모두 다르다.

정책 충돌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쪽에서는 자동화에 세금을 매기자고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자동화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장비 투자에 세제 혜택을 준다. 로봇세는 자동화 비용을 높이고, 감가상각 혜택은 자동화 비용을 낮춘다. 같은 정부 안에서도 산업정책과 재분배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셈이다.

AI가 노동을 대체할지, 보완할지에 대한 실증 데이터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강한 AI세를 선제 도입할 경우 기업들이 규제가 약한 국가로 이전하거나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아무 장치도 두지 않는다면 AI가 만든 부가 소수 기업과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되고, 노동 기반 세수는 약화될 수 있다.

결국 AI가 만든 생산성 향상과 부를 어떤 방식으로 사회 전체의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미국은 지금 혁신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AI 경제의 과실을 공정하게 배분할 새 사회계약을 모색하는 기로에 서 있다.

(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 조건준 아무나유니온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반도체 초과이윤, 어떻게 나눌 것인가' 긴급 좌담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이날 좌담회를 주최한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참여연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최근 반도체·AI 산업 호황에 따른 초과이윤이 사회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 진단하고 초과이윤 공유 방안을 모색했다. 2026.5.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이 질문은 대한민국에도 이미 들어와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5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나오는 초과이윤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논의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AI 인프라 핵심 기업들이 창출하는 초과 세수를, 노르웨이가 북해 유전 수익을 국부펀드로 적립한 것처럼 전략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혁신이 소수 기업의 성과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국민의 세금으로 쌓은 산업 기반 위에서 탄생했다는 논리였다.

발언 직후 코스피가 급락하고 청와대가 하루 만에 "개인 의견"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의 자체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AI가 만들어내는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와 같은 논리구조의 질문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은 AI 인프라 생산국이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공급망을 통해 AI 경제의 과실을 직접 수확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동화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과 세수 기반 약화라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미국의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수렴되는지가 한국의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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