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가능성을 입에 올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우위를 점하고 있단 이유로 종전 협상에 부정적이던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9월 국가두마(하원)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연출일 수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러시아 국영 매체 인터뷰에서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에 대해 "우리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은 물론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 관련 중대 국면이 마무리된 뒤 미국 대표들이 (러시아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는 협상을 계속하고 모든 세부 사항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날 여당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 연설에서도 "우리는 문제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있다"며 의심의 여지 없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시인한 것에 대해 FT는 "이례적"이라며 "전쟁에 대한 대중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달 16일, 18일, 22일 모스크바에 드론을 보내 정유시설 등 주요 시설을 공습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에너지 공급난이 심화됐으며 일부 지역에서 휘발유 배급제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습은 푸틴 대통령 지지율에 악재다. 친정부 성향 여론조사기관 공공여론재단(FOM)이 지난달 21일 러시아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69%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 설문보다 5%포인트, 1년 전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카네디재단 러시아유라시아센터는 30일 게시글에서 "푸틴 체제에서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는 대중과 소통하는 수단인 동시에 집권 세력의 절대적 지배력을 과시하는 수단"이라며 "크렘린궁은 경우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는 9월 국가두마 총선은 푸틴 대통령의 장악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현재 총원 450석 중 314석을 점하고 있는 통합러시아당의 압도적 승리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지난 21일 FOM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통합러시아당 지지율은 48.6%로 집계됐다. FT 등 외신들은 실제 지지율은 30%대일 것으로 추산한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40일 작전'을 승인했다면서 러시아 본토 공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불탄다면 모스크바도 불탈 것"이라고 했다. 9월 총선을 앞두고 러시아 민심을 흔들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다만 국가두마 선거가 우크라이나 계산대로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습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난, 전쟁 피로감 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런 반감이 투표로 표출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카네기재단은 "전시에 불만을 표출하면 처벌을 받지만 충성을 표시하면 보상을 받는다"며 "전쟁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국을 비난하려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올 여름 우크라니아의 (러시아) 공습이 러시아에 큰 피해를 입힌다 쳐도 대규모 (반전) 시위가 일어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FT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우크라이나가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수용할 때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결심은 거의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무장 해제와 러시아 점령지 할양 등을 종전 조건으로 내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