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 업적으로 내세우는 크림반도가 최근 오히려 약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강화되면서 에너지·물류난을 겪고 병참기지로서의 역할도 상실해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배경을 살펴보고,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약점으로 전락한 이유를 짚었다.
지난달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하기 위한 '40일 작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수개월 동안 러시아의 석유 및 군사 인프라를 겨냥한 중장거리 타격을 이어왔고, 핵심 표적 중 하나가 바로 크림반도였다. 최근 전후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크림반도는 연료, 전력, 물류 등에 큰 피해를 입었고,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 28일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에서 크림반도로 향하는 물자 공급선이 끊기면서 크림반도는 사실상 고립됐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집요하게 공략하는 것은 다양한 전략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지상전 교착을 후방 타격으로 우회하는 전략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선은 요새화된 진지와 촘촘한 드론 감시망으로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오랜 소모전으로 병력과 무기 부족이 심각한 우크라이나가 지상군을 투입해 전선을 돌파하거나 점령지를 탈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크림반도를 집중 공격하는 것은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을 떨어뜨리고 방어 부담을 높여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남부 전선의 병참을 교란하려는 목적도 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군이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남부전선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후방 보급기지 역할을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 능력이 높아지면서 러시아의 석유∙전력 설비는 물론 철도, 도로, 항만 등 핵심 인프라가 집중 타격을 받고 있다. 크림반도의 보급 인프라가 파괴되면 결국 내륙 도로망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경우 우크라이나 드론의 표적이 된다. 이로 인해 보급 차질이 발생하고 러시아군은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과 자원을 소모해야 한다. 27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러시아는 물류 허브이자 전선의 거점으로서 크림반도에 크게 의존해왔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를 활용하는 러시아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면 러시아군 작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크림반도가 러시아 땅에 귀속된 것을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며 "결국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향후 협상 시 크림반도도 협상 조건에 포함된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크림반도 피해가 누적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전략적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림반도는 푸틴에게 단순한 점령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은 침체기에 있던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끌어올리며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힌 사건이었다. 나아가 러시아 문명의 발상지로서 러시아 제국과 구소련의 영광을 회복하는 푸틴 대통령의 상징적 업적이었다.
그러한 크림반도가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집중 공격을 받고 비상사태까지 선포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서사도 손상을 입게 됐다. 26일 WSJ는 "크림반도는 푸틴의 업적 가운데 왕관의 보석이자 러시아의 제국적 야망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엄구호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결정적 게임체인저가 되긴 어렵겠지만, 최근 크림반도 공세와 연료 및 경제난 등으로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라면서 "현재로선 협상의 접점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전쟁은 훨씬 길어질 수 있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