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어공주'와 '백설공주' 등 실사 영화에서 다양성 캐스팅을 앞세웠던 디즈니가 이번에는 원작에 충실한 선택을 했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실사 영화 '모아나'가 연이은 실사 영화 흥행 부진을 끊을 반전 카드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오는 8일 개봉하는 '모아나'는 2016년 개봉한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특히 이번 실사 영화는 원작의 문화적 배경과 캐릭터 설정을 최대한 살린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 모아나 역에는 남태평양 사바이섬과 사모아 혈통의 캐서린 라가이아가 발탁됐다. 마우이 역은 사모아계 혈통이자 원작 더빙을 맡았던 드웨인 존슨이 연기해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이전 디즈니 실사 영화와 달리 원작 설정을 존중한 캐스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최근 다양성 캐스팅을 둘러싼 논란과 흥행 부진을 의식한 전략 변화라는 해석도 나온다.

디즈니는 그동안 다양성을 앞세운 캐스팅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개봉한 '인어공주'와 2025년 개봉한 '백설공주'다.
'인어공주'는 원작의 붉은 머리와 하얀 피부를 가진 에리얼 대신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고, '백설공주'는 '눈처럼 하얀 피부'라는 원작 설정과 달리 라틴계 배우 레이철 지글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에 원작 팬들은 "원작을 훼손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인어공주' 개봉 당시에는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NotMyAriel(나의 에리얼이 아니다)' 해시태그가 확산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블랙워싱'(Blackwashing)과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가 있었다. 블랙워싱은 원작에서 흑인이 아니던 캐릭터를 흑인 배우가 연기하도록 바꾸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며, PC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줄이자는 개념이다.
일각에서는 디즈니가 다양성 확대를 위해 원작의 정체성을 희생했다는 비판을 제기했고, 반대로 시대 변화에 맞춘 다양성 반영이라는 옹호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어공주'는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했고 국내 관객도 64만명에 그쳤다. '백설공주'는 국내 관객 19만명을 기록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하며 디즈니 실사 영화 가운데 최악의 흥행 성적을 남겼다.

논란과 관련해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2023년 포럼에서 "우리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관객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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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조 변화는 '모아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원작부터 폴리네시아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성을 의도적으로 덧입히기보다 원작의 문화적 배경과 캐릭터 설정을 충실히 반영한 캐스팅을 택했다.
토마스 케일 감독도 화상 간담회에서 "'모아나'와 '모아나2'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원작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며 "유산을 이어가고, 유산의 일환이 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캐스팅을 디즈니의 전략 변화로 해석하면서도 결국 흥행을 결정짓는 것은 콘텐츠의 완성도라고 입을 모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즈니는 일방적으로 PC를 강조하면서 팬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며 "PC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의 완성도와 관객의 공감"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콘텐츠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디즈니가 '모아나'에서는 보수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배역 인종 문제를 포함해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결국 성공 여부는 콘텐츠의 완성도가 좌우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