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데이터센터, 올해 47곳 '제동'…"10조달러 투자 붐 균열"

남형도 기자
2026.10.19 17:37

[AI 투심 흔들]FT "미 데이터센터 건설의 35%만 실현 가능성…지역 주민 반대 등 난항 심해져"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애시번의 '데이터센터 앨리'. 도로 왼쪽에는 에퀴닉스, 오른쪽에는 디지털리얼티 데이터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북버지니아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대형 시설이 밀집한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꼽힌다./사진=머니투데이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업이 잇따라 늦어지거나 무산돼 AI 인프라 구축 붐이 흔들리고 있단 지적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규제 정보회사 '레그레이어' 데이터를 통해 "미국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가 올해만 최소 47개가 지연되거나 철회됐다"고 보도했다. 규모가 가장 큰 것들만 분석한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부연했다.

FT는 자체 조사 결과를 들며 "올해 미국 전역에서 1000곳 넘는 지역 사회가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 일시 중단하거나 제한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달 투자은행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도 "미국이 계획 중인 AI 데이터센터 건설사업 중 약 35%만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AI 개발 속도 유지하려 '경험 부실' 협력사에도 의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애시번 디지털리얼티 데이터센터 IAD39 내부에 설치된 전력설비. 서버 등 IT 장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설비들이 배치돼 있다./사진=머니투데이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붐은 '컴퓨팅(연산 능력)'에 AI 기업들이 사활을 걸며 시작됐다.

이는 '챗GPT'를 만드는 오픈AI 샘 알트만 최고경영자(CEO)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컴퓨팅이 운명"이라고까지 주장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컴퓨팅 능력이 시장 성패를 가를 거란 취지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업체가 빠르게 등장해 규모를 확장해갔다. 이들의 경험치가 낮거나 부실해도 '구축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FT는 "AI 기업들은 협력사가 경험이 부족해도 신속하게 움직이는 게 컴퓨팅 부족으로 개발에 차질이 생기는 것보다 낫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AI 인프라 투자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경제학자인 스틴 반 니우어버그는 논문에서 "미국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액이 2025년에서 2032년 사이에 10조3000억달러(1경3712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GDP의 약 3.6%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역 주민들 반발도 '변수'…중간 선거 공약으로 잇따라 나와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만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에서 열린 오픈AI 연례 개발자 행사 '데브데이(DevDay) 2026' 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이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것도 변수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4년 말부터 미국 펜실베니아 동부 헤이즐 타운십의 리조트 인근에선 데이터센터 15곳 건설이 추진됐다.

주거 단지 근처의 숲이 사라지자 주민 반발이 시작됐다. 공사 소음과 환경 오염이 이유였다. 이후 법원까지 공방이 이어져 공사가 중단됐다. 개발 사업을 지지해달라며 개발사가 주민들에게 각각 1만달러(약 1332만원)씩 주겠다는 보상안까지 내놨지만 주민들은 거부했다.

오라클이 뉴멕시코주에 지으려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도 전력 공급 문제에 이어 주민 반대까지 부딪혔다.

다음달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데이터센터 건설이 쟁점이 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8월 미국 성인 1592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응답자 63%가 거주지 근처 데이터세너 건립을 반대했다. 미국 민주당은 이를 이용해 "공화당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강행한다"며 표심을 모으고 있다. 오하이오주에선 양당 주지사 후보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겠다고 공약을 걸기도 했다.

한편 금리가 오르고 채권 시장이 침체하며 AI 데이터센터를 임대하고 운영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투자 심리에도 반영돼 코어위브 주가는 지난주 약 25% 하락했다. 소프트뱅크 계열인 SB에너지, 엔비디아가 투자한 호주기업 퍼머스그리드 등 클라우드 제공업체의 기업공개(IPO)도 연기되거나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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