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AI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범용기술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IMF가 10월 세계경제전망(WEO)과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경고한 것은 다른 문제다.
AI의 가능성과 AI에 붙은 가격·부채·약정의 정당성은 같지 않다는 것이다. IMF는 WEO에서 AI 붐이 꺾이는 경우를 따로 계산했다. AI가 약속한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지 않아 투자가 줄고 금융시장이 조정받는 시나리오다. 12일 미국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 경우 2028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기준 전망보다 1.1%, 미국은 1.8% 낮아질 수 있다.
충격의 중심은 미국이다. AI 관련 주가와 설비투자, 데이터센터 투자, 반도체 수요가 미국 금융시장과 기업투자 사이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페티아 코에바 브룩스 IMF 조사국 부국장은 그래도 세계 성장이 침체 수준까지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성장률이 무너지는 그림이라기보다, 성장률을 떠받치던 AI 투자 모멘텀이 빠지면서 기준선 아래로 밀리는 그림이다. 반대 방향의 계산도 있다. 투자 붐이 더 거세지고 생산성 향상이 빨라지면 2029년 세계 GDP는 기준선보다 0.6% 높아진다. 중간 경로도 있다.
16일 WSJ에 따르면 AI가 기대에 부응하더라도 반도체 공급이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단기적으로 물가와 금리가 올라 성장을 누르고, 생산성 효과는 그 뒤에 나타난다. AI 투자가 계속 물가를 자극해 추가 금리 인상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담겼다. IMF는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큰지는 밝히지 않았다.
GFSR에 따르면 위험은 금융시장 쪽에서 더 선명하다. GFSR은 AI 관련 시장 조정을 채권금리 상승, 사이버 위협과 함께 3대 단기 위험의 첫머리에 올렸다. AI 관련 기업의 이익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대규모 투자계획이 예상만큼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AI 관련 자산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험한 것은 가격 조정 자체보다 그 조정이 레버리지와 집중 익스포저를 타고 증폭되는 경로다. 헤지펀드 레버리지는 GDP 대비 10%에서 15%로, 개별 주식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비중은 16%에서 28%로 늘었다.
AI 관련 주식, 회사채, 사모대출, 데이터센터 금융, GPU 담보 구조가 서로 얽혀 있을 경우 주가 하락은 단순한 밸류에이션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담보가치 하락, 차환 비용 상승, 신규 투자 축소, 주문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IMF가 투자한 쪽과 투자받은 쪽의 위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잘못된 방향의 위험(wrong-way risk)'을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를 이용한 강력한 사이버 공격도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새 요인으로 꼽혔다. 같은 보고서의 은행 스트레스테스트는 이 우려를 숫자로 보여준다. IMF는 에너지 가격 충격, 인플레이션 재상승, 채권금리 급등, AI 주도 시장 조정이 동시에 닥치는 시나리오를 점검했다. 은행권 전체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이 경우에도 규제 최저치를 크게 웃돈다. 다만 스트레스 이후 CET1비율이 7% 아래로 떨어지는 '취약 은행'의 자산 비중은 22%로 1년 전(18%)보다 늘었다.
비은행 금융기관과의 연결이 커진 은행은 충격을 증폭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도 봤다. 시스템은 버티지만 약한 고리는 두꺼워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IMF의 메시지는 "AI 거품이 반드시 터진다"가 아니다. AI가 성장 동력인 동시에 금융 취약성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AI 투자는 이미 성장률에 반영됐다. 남은 질문은 그것이 생산성의 선금이었는지, 아직 갚지 않은 외상이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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