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유럽]"우리 세대는 절망에 빠졌다"

프랑스에서 생활·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청년층 요구가 분출한 가운데 24일(현지시간)에도 수십만명이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다. 일주일 전 시위가 폭동과 약탈로 번진 반면 이번에는 대부분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집회와 행진이 이어졌다. 단 경찰당국은 일부 과격한 시위대에 대응하기 위해 최루탄·물대포 등을 동원했고 1000여명을 체포했다.
24일 BBC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전국에서 약 41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시위에서 정부 측 추산이 약 55만 명이었던 것보다 줄었다. 시위 주최 측인 노동조합 '노란조끼'는 이날 시위대 규모를 80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번 대규모 시위는 폭동과 약탈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참석자들은 고물가와 열악한 교육환경에 프랑스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중북부 오를레앙에서는 약 1만 3000여명이 모여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 10대 참가자는 "우리 세대가 절망에 빠져 있다"며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낀다"고 BBC에 말했다. 26세 남성은 "정부가 돈을 뺏고, 세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오늘 우리가 거리로 나온 건 너무 오래, 너무 많은 것을 참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도시 곳곳에서 검은 복면 차림의 일부 참석자가 주변 건물을 훼손하고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수도 파리에서 시위대는 파리 경찰청의 허가에 따라 도심 외곽의 포르트 디탈리~포르트 드 뱅센 구간에서만 행진했다. 행진이 끝날 무렵 포르트 드 뱅센 일대에서 일부 시위대는 임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물건을 던지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남부의 마르세유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쓰레기통에 불을 붙이고 금속판을 가져와 거리를 막아섰다. 보르도에서도 검은 복면을 쓴 참석자가 건물에서 판자를 떼어내 바리케이드로 삼는 모습이 확인됐다.
최루탄·물대포 동원…이탈리아·알바니아도 시위확산

프랑스 당국은 이날 약 1000여명을 체포했다. 또 금속 구슬과 납탄, 폭죽, 새총, 사제 무기, 일본도(가타나), 에어소프트건 등 다양한 무기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시위대 진압을 위해 경찰 7만여명을 동원했고 최루탄, 물대포 등을 사용했다. 조직 및 대테러를 담당하는 특수부대가 투입되기도 했다. 로랑 뉘녜스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급진적인 운동가 수천명이 시위대 후방에 모였고 이 중 약 500여명은 폭동 가담자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 측의 과잉 진압이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툴루즈 지역과 클레르몽페랑 지역에서는 중상자 각각 한명씩 나왔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 시위대는 150명 정도였는데, 대부분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었다"며 "그런데 곧바로 최루탄이 날아왔고 곧 길거리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됐다"고 CNN에 전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298명 읽는 중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주 대규모 약탈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노동조합이 조직한 시위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발생한 폭동 사건으로 수백명이 기물파손, 방화, 약탈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파리 인근 고등학교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시위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고물가와 임금, 연금, 교육 예산 문제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여기에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며 등장했던 '노란 조끼' 운동까지 가세하면서 전국적인 시위로 확대됐다.
이날 유럽 주요 도시에서 청년층이 주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지역에서는 경찰과 군인 수백명이 시위대를 막기 위해 대규모 작전을 펼쳤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는 시위대 수천명이 모였고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하는 등 충돌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