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정치의 과잉, 구멍난 안전② 흉악범죄에 커지는 경계심

요즘은 어딜 가도 '누가 무슨 짓 하면 어떡하지' 싶은 불안한 마음이예요.
지난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직장 동료와 출장을 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던 50대 여성 김모씨는 최근 잇단 강력범죄 소식에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이 커졌다고 했다. 김씨는 "우리나라 치안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며 "순찰 강화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치안 강국'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인천 도심의 쇼핑센터에서 흉기난동이 벌어진 데 이어 서울 강남에서는 점심시간대 연쇄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일상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안전한 일상'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한국의 치안 환경은 해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삼성전자가 영국에서 새벽 거리를 홀로 달리는 여성이 등장하는 광고를 선보였다가 현지에서 뭇매를 맞았을 당시 한국에서는 심야 조깅이 가능한 치안 환경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진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들은 잇따른 강력범죄 소식에 일상 속 경계심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낯선 사람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늦은 시간 귀가하는 가족을 걱정하는 일도 잦아졌다고 했다. 60대 여성 김모씨는 "언제 갑자기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며 "요즘은 딸이 저녁 8시만 넘어도 귀가하지 않으면 걱정돼 전화부터 한다"고 했다.
특히 지하철과 쇼핑몰 등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 대한 불안이 컸다. 인천에서 서울을 찾은 김민주씨(32)는 "지하철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보이면 혹시 피해를 볼까 봐 일부러 피한다"고 말했다.

범죄 발생 추이와 국민의 안전 인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공소청에 따르면 2024년 주요 형법범죄(살인·강도·성폭력·폭행·절도) 발생 건수는 2118건으로 2년 전(1943건)보다 약 9%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국민의 비율은 낮아졌다. 국가데이터처가 전국 13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에 대한 전반적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를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답변 비율은 2024년 28.9%를 기록했다. 2022년(33.3%) 대비 약 4.4%포인트(p) 하락했다.
범죄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지난 3~4월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9%가 '과거보다 범죄 발생 위험이 커졌다'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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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은 전적으로 정부의 역할이나 정치권이 정쟁에 빠져있다보니 시민들 스스로 안전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 이후인 지난 1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호신용품' 검색량 지수는 전날의 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저가 호신용품도 한때 품절됐다.
고려대는 외부인이 교내 건물에 반복적으로 출입을 시도한다는 민원이 접수되자 지난달 29일부터 야간 경계근무를 강화했다. 그런데도 지난 19일에는 교내에서 50대 여성이 긴 알루미늄 밀대 자루로 학생 여러 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여성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적 영역에서의 치안 강화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커지는 국민 불안에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국민의 불안이 커진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범죄의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