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장애인 권리중심 일자리, '경계선'부터 그어라

이민하 기자
2026.08.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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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종수 기자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2026.8.2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종수 기자

중증장애인에게 보통의 노동시장은 좀처럼 문을 열지 않는다. 속도와 신체능력으로 생산성을 재단하는 곳에서 이들에게 주어진 자리는 드물었다. 권익옹호와 문화·예술 활동을 유급 직무로 인정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이런 현실에서 출발했다.

장애인들은 일할 기회도, 이동할 자유도 저절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승강기는 늦게 설치됐고 약속한 예산은 번번이 밀렸다. 거리와 지하철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을 미뤄 짐작한다. 장애인에게 사회 참여의 통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따질 게 없다. 법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그 요구의 정당성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위법한 행동을 유급 직무로 인정하는 것은 별개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80명이 발의한 '서울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은 권익옹호 활동을 수행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제도화한다.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과 1년 이상 계속고용 지원을 포함해 구체적인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반면 어떤 행위를 직무로 인정하고 제외할지 그 '경계'는 정하지 않았다. 평화적 캠페인과 폭력·침입, 열차나 시설 운영을 방해하는 위법행위를 가르는 기준도 없다.

이 빈칸은 작지 않다. 조례는 예산과 사업이 열리는 제도적 문이다. 문을 열면서 직무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하지만 시위할 권리와 참여 시간을 공공일자리로 인정해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열차 운행을 막거나 시설을 점거하는 활동까지 직무가 되면 시민의 세금으로 시민의 일상을 침해하는 모순이 생긴다.

정책 검증 과정도 부족하다. 서울시는 2024년 기존 권리중심 일자리를 카페·병원·교육기관·문화·예술 분야의 장애유형 맞춤형 특화일자리로 바꿨다. 새 사업의 고용 유지율과 만족도, 민간 취업 연계 성과부터 따져야 한다. 이를 비교하지 않고 과거 체계를 복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책평가가 아니다.

그 검증과 보완의 책임은 시의회 다수당에 있다. 민주당은 서울시의회 118석 중 80석을 차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의 요구도 단독으로 넘을 수 있다. 그렇기에 더 엄격해야 한다. 위법행위와 교통·시설 방해를 직무에서 제외하고 객관적인 활동 평가와 근태 확인 등 기준을 조문에 넣어야 한다. 당론은 심사를 대신하는 도장이 아니다. 권리중심 일자리를 되살리려면 권익옹호와 불법 시위를 가르는 선부터 그어야 한다. 그 선을 조례에 쓰지 못한다면 통과시켜서도 안 된다. 약자를 위한 제도가 약자를 다시 논란의 최전선에 앞세워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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