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의사 김수균의 모발이야기④
이제 본격적으로 가발을 사용하던 시절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가발을 쓰고부터는,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대머리로 인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한 애환도 참 많았다.
사람의 심리란 참 묘하다. 본인 가발은 어떻게든 표가 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다른 사람 가발 쓴 것은 한눈에 알아본다. 길에서 어쩌다 가발 쓴 사람을 보게 되면 ‘저 사람도 참 고생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지금이야 길거리 나서면 하루에도 서너 명씩 가발 쓴 사람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해졌다. 하지만 내가 처음 가발을 쓰기 시작한 때는 가발족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그 당시 새벽엔 검도, 저녁엔 태권도 도장을 다녔다. 새벽에 하는 검도야 나이든 사람도 있고 해서 괜찮았지만 태권도 도장에는 어린 사람들이 많았다. 어린 친구들 틈에 민둥머리로 섞여있는 모습이 썩 좋아보이진 않을 것 같아 태권도 할 때는 꼭 가발을 쓰고 다녔다. 그런데 도복을 입고 가발까지 쓰고 뛰어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다들 알다시피 땀이 문제였다. 다른 곳에서 흐르는 땀이야 문제될 게 없는데 대머리 부위에서 샘솟듯 솟구치는 땀은 정말 골칫거리다. 조금만 움직이다보면 땀이 머리 위에서 생겨 가발과 머리 사이에 흥건하게 고이고 이내 줄줄 밑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닦을 수 있는 부위는 가발 경계선 밑부분인 이마까지밖에 안되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가발족에게 경계대상 1호인 바람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번은 여름에 아내와 둘이서 오붓하게 거제도로 여행을 갔는데 가발 쓰고 운전을 하니까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들이닥쳐서 가발이 날리기 때문이다.
그것까지는 괜찮다고 치자. 한적하고 공기 좋은 곳을 지날 때도 창문 꼭꼭 닫고 눈으로만 즐기면 되니까. 배를 타고 풍광을 음미하는데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어 가발이 붕 뜨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래서 급히 손으로 갈무리하고 선실에서 바깥 경치를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나를 남들이 이상하게 보는 건 당연한 일. 어지간히 얼굴 두꺼운 나로서도 여간 겸연쩍고 어색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돌아와선 매일 가발에서 벗어날 생각만 하고 있는데 벗어날 방법은 없고…, 늘 미뤄둔 숙제처럼 마음 한편에 짐이 되어 처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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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당시 안동의료원에는 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 레지던트가 피부과 과장으로 파견을 나와 있었는데 이 친구가 “000 교수님께 한번 가 보시죠?” 하고 권하는 것이었다. 일단 이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